순식간에 화마에 휩싸인 도로…창원터널 폭발사고 순간
(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삶과 죽음을 가른 것은 찰나였다.
2일 창원터널 화물차 폭발 현장에 있었던 심모(49·여)씨는 사고 당시만 생각하면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날 심 씨는 남편과 함께 부산으로 가는 중이었다.
오후 1시 20분께였을까. 터널 진입로로 향하던 심 씨는 도로 앞쪽에서 '쾅'하는 굉음과 함께 검은색 연기가 치솟는 것을 보았다.
사고 원인으로 추정되는 기름 때문인지 이후 도로는 삽시간에 새빨간 불길로 휩싸였다.
몇 명이나 됐을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심 씨의 차량 쪽을 향해 내달렸다.
놀란 마음에 순간 얼어붙은 심 씨는 속으로 '어쩌지, 어쩌지'하는 생각만 되뇌었다.
순간 도로 한 편으로 불길에 휩싸인 드럼통 몇 개가 굴러오더니 그중 한 개가 심 씨의 차에 부딪혔다.
드럼통이 차에 부딪히는 순간 정신을 차린 심 씨는 '이대로 있다가 죽는다'는 생각에 남편과 함께 그대로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내달렸다.
바로 그때였다.
불붙은 드럼통이 '꽝'하고 터지며 심 씨가 타고 있던 차도 화마에 휩싸였다.
붉은색 불길과 함께 검은 연기가 심 씨의 차 위로 피어올랐다.
심 씨는 영화에서나 볼 법한 사고 당시의 광경이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그는 "몇 초만 차에 그대로 있었으면 나도 불길에 휩싸여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했다. "드럼통이 차에 부딪히는 순간 바로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내달려 살 수 있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촌각을 다투는 긴박한 상황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을 한 것은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강모(47)씨도 마찬가지였다.
강 씨도 차를 몰고 창원터널 김해 방면으로 향하던 길이었다고 말했다.
터널 입구를 약 1㎞를 남겨두고 순간 앞에서 귀를 울리는 폭발음이 들렸다.
연이어 들불처럼 불길이 번지더니 드럼통 여러 개가 불길에 휩싸여 도로 이곳저곳에 데굴데굴 굴렀다.
그 사이로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 사람들이 보였다.
어떤 사람은 팔에 화상을 입은 채 도로 위를 질주하기도 했다.
드럼통 중 하나가 강 씨의 차를 향해서도 굴러왔다.
강 씨는 재빨리 차에서 내려 도망치다가 순간 차에 두고 온 차 열쇠와 휴대전화가 생각났다.
다시 차로 돌아간 강 씨는 문을 열던 순간 차에 가까워진 드럼통을 보고 그대로 차 뒤편으로 다시 내달렸다.
강 씨는 "순간 우물쭈물했으면 나도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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