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창업 생태계 조성, 자율적 혁신성장 견인하기를

입력 2017-11-02 17:50  

[연합시론] 창업 생태계 조성, 자율적 혁신성장 견인하기를

(서울=연합뉴스) 소득주도 성장과 함께 정부의 양 날개 성장전략인 혁신성장 추진 방안이 나왔다. 정부는 2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주재로 확대 경제장관회의를 열어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을 확정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벤처 투자자금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 향후 3년간 10조 원 규모의 '혁신모험펀드'를 만든 뒤 20조 원 규모의 기존 대출프로그램과 연계해 기술혁신형 창업기업 육성에 쓰기로 했다. 또한, 핵심 인재를 혁신기업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비과세 특례를 부활하고, 벤처기업에 창업자금을 대는 대가로 주식을 받는 엔젤투자의 소득공제를 확대하는 등 세제지원 4대 패키지도 마련했다. 스톡옵션 비과세 특례는 2006년 폐지된 이후 벤처업계에서 지속해서 요구해온 창업 활성화 방안이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향후 성장동력을 혁신창업 활성화에서 찾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혁신창업 친화적 환경조성과 창업·투자 선순환 체계 구축 전략도 방안에 담았다. 우선 대기업·중견기업의 우수인력이 혁신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창업 휴직제를 도입하고 민간이 대상을 선정하면 정부가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TIPS)을 창업·벤처정책 전반으로 확산키로 했다. TIPS를 통해 5년간 1천 개의 혁신창업 기업을 찾아내고 이 중 20개 우수기업을 선발해 집중 지원키로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이 정부 구상이다. 여기에 자본시장에서 '2부 리그'로 전락한 코스닥 등 회수시장 기능과 연기금의 코스닥시장 투자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사업에 실패해도 재도전할 수 있도록 내년 상반기까지 정책금융기관의 연대보증을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기술혁신형 인수·합병(M&A)이 촉진되도록 대기업이 벤처기업 기술·인력을 빼갈 경우 손해액의 최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도 도입한다.



사실 한국의 창업 생태계는 선진국들보다 열악한 편이다. 창업 환경을 수치화한 '창업 생태계 가치'는 서울이 24억 달러로 실리콘밸리(2천640억 달러)의 100분의 1, 베이징(1천310억 달러)의 50분의 1이다. 전 세계의 215개 유니콘 기업 중 한국 벤처기업은 쿠팡과 옐로모바일 2곳뿐이라고 한다. '죽음의 계곡'이라 불리는 창업 후 3∼5년을 넘기기 어렵고 한번 실패하면 다시 일어서는 것도 쉽지 않은 탓이다. 2000년대 초반의 벤처 붐이 꺼진 후 창업 생태계가 활력을 잃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이번에 창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초점을 맞춘 이유다. 우수인력을 창업에 끌어들일 수 있도록 자금과 세제를 지원하고 창업자들이 실패하더라도 재도전할 수 있는 '투자→회수→재투자', '창업→실패→재도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수출 대기업의 고용창출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황에서 혁신창업을 통해 성장을 꾀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정책 방향은 바르다고 본다. 벤처기업 확인 권한을 정부가 아닌 민간위원회로 넘기고, 민간이 선정한 기업을 정부가 후속 지원키로 한 것은 특히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과 같은 벤처 창업 붐을 다시 일으키려면 벤처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대기업이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필요한 기술을 인수하는 시스템이 잘 작동돼야 한다. 성공하는 벤처기업이 많아야 창업도 활성화될 것이다. 세부내용이 빠진 코스닥 중심의 자본시장 혁신방안, 판교창조밸리형 창업공간 확충 방안, 창업기업 제품 공공조달 혁신방안 등도 조속히 보완되기를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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