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내년부터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가 일반고보다 신입생을 먼저 뽑지 못하고 일반고와 동시에 전형하게 된다. 이에 따라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자사고·외고·국제고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하면 본인이 희망하지 않는 일반고에 강제로 배정될 수도 있다. 교육부는 2일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전기모집에서 후기모집으로 바꾸는 '자사고·외고·국제고와 일반고 고입 동시실시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관련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자사고와 외고·국제고는 입시 위주 교육을 하고 있어 전기에 우선 선발하도록 배려할 필요성이 낮다"며 "일반고보다 앞서 선발하면서 우수 학생이 우선 배치돼, 학교 서열화와 일반고 침체 문제가 나타났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교육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와 일반고의 전형 시기가 같아지고 이중지원이 금지되면 고입 재수생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조만간 추가 선발·배정 규정을 보완해 발표하기로 했다.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신입생 우선 선발 폐지는 새 정부가 추진 중인 고등학교 교육 정상화 개혁의 첫 단계가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도한 입시경쟁과 고교 서열화의 문제를 해소하고 고교교육 정상화를 유도하기 위해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을 대선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는데 이번 조치는 이 같은 목표를 향한 출발이라 할 수 있다. 자사고와 특목고가 입시를 먼저 치러 우수 학생들을 선점함에 따라 일반고는 '쭉정이고'라는 자조적 비유까지 나오는 게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조치는 우수 학생의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다양한 선택권을 제약하고, 다양성을 중요시하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세목 자사고 연합회장(중동고 교장)은 "특목고·자사고에 지원한 학생들에게 (일반고 배정과정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은 자사고·외고 고사(枯死)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자사고·외고·국제고에 지원했다 불합격하면, 자사고·외고·국제고의 미달 정원 추가모집에 지원할 수 있다. 특별시·광역시 지역에서는 각 교육청 여건에 따라 일반고에 추가 배정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조치에는 불합격 학생에 대한 대책이 구체적으로 들어가 있지 않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불안해하는 만큼 추가 선발 등에 관한 규정을 신속히 발표하는 것이 좋다. 현재 중 2년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2학년도부터는 대입제도가 전반적으로 바뀐다. 중 2년생으로서는 고입과 대입에서 이중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이번 조치에서 제외된 과학고나 영재고의 전기 전형에 우수 학생이 더 많이 쏠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자사고와 외고 등을 피해 일반고 지원자가 늘면 교육열이 높은 서울 강남 등 특정 지역의 명문 일반고 경쟁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풍선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 수학·과학에 대한 사교육 수요가 폭증하고, 강남 8학군으로의 전학이나 이사 수요가 늘면 정부의 부동산정책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서울 강남 등의 명문고가 부활하면 다시 일반고 내 서열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교육 당국은 이런 의견을 참고해 제도 변경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고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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