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벽 존재 가능성'이 바꾼 백제 풍납토성의 운명

입력 2017-11-02 16:58   수정 2017-11-02 18:20

'서성벽 존재 가능성'이 바꾼 백제 풍납토성의 운명

공장 이전 추진한 정부 2심서 승소…복원 사업에 '파란불' 커져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구조가 명확하게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서성벽이 과거에 존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인정된다."

대전고법이 2일 한성도읍기 백제의 왕성이 확실시되는 풍납토성에서 레미콘공장 영업을 계속하려는 삼표산업과 공장 이전을 추진 중인 정부 사이의 다툼에서 가장 큰 쟁점이었던 서성벽의 존재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풍납토성의 운명이 바뀌었다.

항소심 법원은 서성벽이 존재할 개연성이 낮다고 봤던 1심 판결을 뒤집어 문화재가 묻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법원은 풍납토성의 동쪽·남쪽·북쪽에 성벽이 존재하고, 학계에서 이곳에 서성벽이 있었다고 보는 견해가 우세하며, 2002년 공장 북쪽에서 이뤄진 발굴조사에서 토루(土壘, 흙을 다져 쌓아올린 성벽)가 발견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번 판결에는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와 송파구청이 지난달 20일 공개한 발굴조사 결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연구소는 레미콘공장 남쪽에 있는 풍납동 310번지를 발굴해 성벽과 석축 시설, 문이 있던 터인 문지(門址)로 추정되는 유구(遺構·건물의 자취)를 찾아냈다.

이로 인해 서성벽이 레미콘공장을 관통할 가능성이 매우 크고, 기존에 학계에서 예상했던 곳보다 성벽이 3m 정도 서쪽에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법원은 아울러 정부가 공장 부지에서 문화재를 보존하고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문화환경을 조성하려 한다는 삼표산업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성벽의 원형이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조사와 발굴 활동을 통해 이를 추정하고 복원하는 작업도 문화재 보존으로 파악한 것이다.

삼표산업이 항고하면 최종 판결은 대법원에서 나겠지만, 일단 풍납토성 복원과 정비 사업에 '파란불'이 켜진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은 지난 2014년 12월 풍납토성 토지를 전부 매입하는 대신 핵심 지역에서만 주민 이주를 추진하고, 나머지 구역은 문화재와 주민이 상생하는 도시를 만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핵심 지역은 왕궁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중앙부와 서쪽·남쪽·동쪽의 성벽이 지나는 구간이다. 레미콘공장도 핵심 지역에 포함된다.

풍납토성은 1997년 발굴조사 이후 다량의 백제 토기와 건물터, 도로 유적 등이 나왔고, 너비 43m·높이 11m 규모의 성벽이 드러나 학계에서 대다수가 한성도읍기 백제 왕성으로 보고 있다.

한국고고학회장인 이남규 한신대 교수는 2심 판결에 환영의 뜻을 표하며 "문화재 보존 문제로 법원까지 가는 일이 재발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희권 서울시립대 교수는 "레미콘공장은 풍납토성 정비 추진 방향과 어울리지 않는 시설"이라며 "공장이 이전해야 문화재를 복원하고, 역사문화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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