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모집결과 14개 시·군 '미달'·12곳 응시자 '0명'
(의정부=연합뉴스) 우영식 기자 =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이 기승을 부리는 겨울철을 앞두고 일선 지자체들이 필요한 수의사를 채용하지 못해 울상이다.
3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달 21일 18개 직종 연구·지도사 공무원을 선발하는 '제3회 경기도 지방공무원 경력경쟁 임용' 시험을 치른 뒤 면접을 거쳐 내달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모두 154명 선발에 2천329명이 필기시험에 응시해 15.1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러나 경기도와 26개 시·군서 57명을 선발하는 수의 7급 직종에는 82명만 응시해 1.4대 1의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나마 17명 선발에 39명이 응시한 도와 고양·용인·부천·안양·구리 등 도시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자체가 모집 인원을 채우지 못했다.
모집 인원을 채우지 못한 지자체는 AI·구제역 상습 발생지인 안성을 비롯해 여주, 포천 등 14개 시·군이다.
이 중 화성·남양주·의정부·파주·양주·안성·연천 등 12개 지자체는 시험에 응시한 인원이 단 1명도 없었다.
수년 전부터 AI와 구제역이 연례적으로 발생하면서 수의사들이 격무가 예상되는 지자체 근무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도는 축산 농가가 많아 AI와 구제역 발생 위험이 큰 지역이다.
경기도에서는 지난해 11월 20일 양주의 산란계 농가에서 AI가 발생해 지난 3월 7일까지 4개월간 14개 시·군 123개 농가로 확산했다.
경기도 사육 가금류 5천400만 마리의 30%인 206개 농가의 닭과 오리 등 가금류 1천588만4천여 마리가 땅속에 묻히는 등 2010년 이후 거의 매년 AI가 발생하고 있다.
구제역도 2000년 파주 등 3개 시·군, 2002년 안성 등 3개 시·군, 2010년 연천 등 3개 시·군, 2011년 19개 시·군, 2015년 안성 등 8개 시·군, 지난 2월 연천 1곳에서 각각 발생한 바 있다.
AI나 구제역이 발생하면 수의직 공무원들은 수개월 간 휴일조차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격무에 시달려야 한다.
지난 6월 포천에서는 수의직 축산방역팀장이 AI 관련 업무에 매진하다 쓰러져 순직한 바 있다.
도 관계자는 "수의직 공무원을 충원하기 위해 모집공고를 냈으나 많은 지자체가 미달 사태를 빚었다"며 "고급 인력인 수의사들이 가축 질병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데다 시골 지역 근무를 원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wyshi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