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통째 상에 올리지 마라" 심기경호 전전긍긍…"中서는 시진핑과 자금성 방문"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이번 주 워싱턴 정가를 뒤흔든 '러시아 스캔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될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발목을 잡으면서 '각종 이슈가 산적한 순방 기간 주요국 지도자들과의 협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참모들에게 토로했다고 한다. 여기에 러시아 스캔들의 여파로 순방 준비 작업도 일부 차질을 빚는 등 참모들도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CNN은 2일(현지시간) 한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관련 뉴스로 인해 상처를 입으면서 아시아 지도자들과의 협상에 방해를 받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각국 정상들과의 심도 있는 대화를 통해 안보와 통상 문제 등을 풀어가길 고대하고 있지만, 이번 러시아 스캔들이 자칫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약화 시키지 않을까 내심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CNN은 "상대적으로 한·중·일 정상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대선 선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당 대회를 통한 2기 체제 출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총선 압승을 통해 각각 정치력 영향력을 키우고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 매너포트 기소 후 아침이면 백악관 본관 3층의 관저에 틀어박혀 몇 시간씩 보내면서 순방 관련 브리핑이 연기되거나 축소되는 일도 이어졌다고 한다.
이번 순방에는 윌버 로스 상무장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등으로 꾸려지는 등 수행단 규모도 기존에 비해 축소됐다.
CNN은 "순방 준비에 올인해야 할 예민한 시기에 매너포트 기소 건이 터지면서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백악관 참모들 사이에서 제기됐다"며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 탑승과 함께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잡념을 떨쳐내고 순방에만 몰두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참모들 사이에서는 '폭풍 트윗'을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순방 기간에도 '부적절한 트윗' 남발로 자칫 각국 정상들과의 예민한 회담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고개를 들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참모들은 '심기 경호'에도 만전을 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간 해외 출장을 원래 즐기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컨디션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맥매스터 보좌관이 스케줄을 꼼꼼하게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음식 등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CNN에 "대통령이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느낄 일은 피하는 게 우선순위"라고 전했다. 머리를 떼지 않은 생선을 통째로 상에 내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제공하는 일을 삼가라는 것도 '매뉴얼'에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낯선 요리보다는 잘 익힌 스테이크나 아이스크림처럼 익숙한 음식을 좋아한다는 '정보'도 이미 각 나라에 전달됐다고 한다.
CNN은 "순방국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점을 고려해 긴장을 풀 수 있는 일정을 앞에 배치하는 흐름"이라며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서는 시 주석과 자금성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에서 아베 총리와 골프 라운딩을 한 뒤 만찬장에 트럼프 대통령의 손녀 아라벨라가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개그맨 겸 DJ 피코 타로를 초청했다는 것도 소개했다.
CNN은 "이번 아시아 순방은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지도자답게 행동할 기회이기도 하다"며 "순방이 제대로 잘 되면 강한 외교의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국가 안보 등에 되돌리기 힘든 타격이 될 수 있는 만큼 지도자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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