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에서 검출된 DNA·CCTV에 찍힌 행적·강도계획 수립 등 증거 뚜렷"
진술 거부로 범행동기·범행도구 끝내 못밝혀
(양평=연합뉴스) 최해민 강영훈 기자 = 경기 양평 전원주택 살인사건 피의자가 3일 검찰에 송치됐다.
피의자가 경찰 조사과정에서 아무런 진술도 하지 않아 사건의 구체적 실체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경찰은 현재까지 수집한 증거만으로도 혐의 입증은 충분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양평경찰서는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된 허모(41)씨를 이날 오후 검찰에 송치했다.
허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7시 25분에서 오후 7시 44분 사이 양평군 윤모(68)씨의 자택 주차장에서 윤씨를 흉기로 10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거된 허씨는 경찰에 범행을 시인했지만 이후로 사건과 관련된 답변은 일절 하지 않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다.
경찰은 허씨가 범행을 시인한 점, 범행 시간대 현장 주변을 오간 점, 입고 있던 바지와 신발에서 피해자 유전자가 검출된 점 등을 근거로 강도살인죄 입증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살인 범행 후 허씨가 윤씨의 벤츠를 몰고 현장을 떠난 점, 윤씨의 지갑과 휴대전화를 가져간 점 등이 허씨가 강도 범행을 계획했다는 증거라는 설명이다.
또 윤씨가 살해되기 직전 귀가하면서 편의점에 들러 신용카드로 막걸리를 샀는데, 이 영수증도 허씨의 차량 조수석에서 피가 묻은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범행 후 허씨가 윤씨의 옷 주머니나 지갑을 뒤진 것으로 보고 있다.
범행동기는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강도 범행을 계획했다가 살인으로 이어진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허씨는 2015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모두 20차례에 걸쳐 8천600여만원의 대출을 받았고, 이 중 3천여만원을 갚은 상태였다.
올 9월부터는 대출업체로부터 200여통의 독촉 문자메시지를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다만 애초 살인은 예정에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범행 후 허씨가 보인 행적이나 범행 현장 수습 과정은 우발 범죄에서 나오는 패턴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허씨는 강도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범행 직전 '고급빌라', '가스총', '수갑', '핸드폰 위치추적' 등의 단어를 인터넷에서 검색하고, 범행 일주일 전에는 용인지역 고급 주택가를 둘러봤다.
또 서울 강남의 한 고급 아파트 주차장에 들어갔다 나오거나, 용인에서 특정 외제차를 따라다니는 듯한 영상도 확인됐다.
허씨의 부친 묘소가 있는 전북 순창 야산에서 발견된 흉기는 현재까지 범행도구로 쓰인 것이 맞는지 명확히 확인되진 않았지만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정밀 감정하고 있다.
전날 국과수는 이 흉기를 1차 감정한 결과 피해자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소견을 경찰에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시신에 남은 흉기 상흔의 깊이가 모두 흉기의 날 길이인 8㎝ 미만인데다, 흉기 발견장소가 특이하고, 흉기가 비교적 새것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범행도구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만일 이 흉기가 범행도구가 아니라 하더라도, 재판과정에서 범행도구 없이 살인죄가 입증된 사례는 부지기수다.
현재까지 수사된 바로는 허씨는 피해자 윤씨와 사전에 알지 못하는 관계여서 범행 대상을 특정했다고 볼 근거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오후 현장검증을 생략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송치 직전까지 마지막 피의자 조사를 벌였으나 허씨의 태도변화가 없어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사건 송치 때까지 범행동기나 범행도구 등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으면서, 남은 숙제는 검찰로 넘어가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진술을 거부해 사건 실체를 밝히는데 한계가 있었지만 범행 전후 행적과 옷에서 검출된 피해자 혈흔 등 과학적 증거를 토대로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 검찰에 송치했다"라고 말했다.
숨진 윤씨는 엔씨소프트 윤송이 사장의 부친이자 김택진 대표의 장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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