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설 기념비 건립 지연, 연변지용제는 상하이로 옮겨
(청주=연합뉴스) 윤우용 박병기 기자 =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둘러싼 한·중 갈등이 해빙국면에 접어들었으나 중국에서 진행되는 충북 관련 문화사업은 좀처럼 진전되지 않거나 차질이 빚어졌다.
5일 진천군에 따르면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미산(密山)의 한흥동에 독립운동가 보재(溥齋) 이상설(李相卨·1870∼1917) 선생 기념비를 세우는 사업이 석 달째 표류하고 있다.
이곳은 과거 조선족 거주지이며, 보재 선생 독립운동 활동지로 알려져있다.
군은 이상설 기념사업회에 5천만원을 지원해 중국 현지에서 가로 8.2m· 높이 2m· 두께 1m 크기의 기념비(碑)를 제작해 놨다.
지난 8월 진천지역 고교생 유적지 순례팀과 함께 제막식을 할 예정이었지만, 사드 갈등이 지속하면서 연기된 상태다.
군 관계자는 "중국과 소통창구 역할을 하던 인사가 사드 문제 등으로 당장은 추진이 어렵다고 통보해왔다"며 "지금은 중국 쪽 분위기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지린(吉林)성 연변(延邊)에서 '향수'의 시인 정지용(鄭芝溶·1902∼1950)을 기리는 연변지용제도 순조롭게 추진되지 않는다.
올해 21번째를 맞는 이 행사는 동포 문학인들로 구성된 연변작가협회에서 주최한다. 매년 8∼9월 열리는 데, 옥천문화원은 2천300만원의 행사비 지원과 더불어 30∼40명 규모의 군민사절단을 파견하는 등 한·중 문화교류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행사를 앞두고 주최 측은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접촉을 미뤘고, 기다리다 못한 옥천문화원은 지난달 상하이(上海)로 장소를 옮기기로 했다.
중국 측 파트너도 연변작가협회 산하의 남방창작위원회로 변경했다.
문화원 측은 "20년 넘은 행사의 맥을 끊지 않기 위해 상하이 개최를 추진하게 됐다"며 "일각에서 의미 퇴색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명맥을 잇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문화원은 이번 주 중국 측과 접촉해 행사일정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2011년부터 연변에서 개최되는 포석(抱石) 조명희(趙明熙·1894∼1938) 문학제도 어려움을 겪었다.
사드 갈등 속에 지난달 25일 가까스로 행사는 치렀지만, 중국 측 반응이 냉소적이어서 분위기는 예전만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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