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군 집까지 따라가 "한 잔 더하자"…거부하자 인사상 불이익 '운운'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회식 종료 후 부하 여군에게 카톡 등으로 술자리를 요구하고 술자리에서 강제 추행한 부대장에 대한 징계는 마땅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심지어 이 부대장은 여군의 집까지 따라가 술을 마시자고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마치 인사상 불이익을 줄 것처럼 협박하기도 했다.
춘천지법 행정2부(정성균 부장판사)는 육군 모 부대 영관급 부대장인 A씨가 제1야전군사령관을 상대로 낸 '정직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3일 밝혔다.
육군 모 부대 부대장인 A씨는 지난해 2월 10일 오후 6시께 같은 부대 소속 여군 부사관인 B(34·여)씨 등 부대원과 회식을 했다.
회식은 오후 9시 30분에 끝났지만 A씨는 B씨에게 "한 잔 더 할 수 없나요? 안주는 집에 있는데"라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B씨는 거절했지만 거듭된 상관의 요구를 뿌리칠 수 없었던 탓에 다른 부대원과 함께 있는 술자리로 A씨를 오게 했다.
A씨는 오후 11시 40분께 함께 술을 마시던 다른 부대원이 자리를 비우자 B씨의 손을 강하게 잡아 강제 추행했다.
이어 술집 밖으로 B씨를 나오게 한 A씨는 왼손을 잡아 끌어안아 강제 추행하려다 B씨가 뿌리치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A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B씨가 탄 택시에 함께 탑승해 집 앞에서 내린 B씨를 뒤따라 가면서 "맥주 한 잔 더하자"고 치근덕거렸다.
B씨가 이를 거절하자 A씨는 "B씨에게 어떠한 인사상 불이익도 주지 않겠다"고 말하는 등 마치 술을 마시자는 제안을 거절하면 인사상 불이익을 줄 것처럼 역설적으로 협박하기도 했다.
이 일로 지난해 5월 초 징계위원회에서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은 A씨는 소청 끝에 그해 9월 정직 1개월로 징계 수위가 낮아졌으나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손을 움켜잡은 것에 그쳤을 뿐이고, 당시 만취해서 추행의 고의도 없었다"며 "인사상 불이익을 줄 것처럼 해악을 고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없고 협박의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왼손을 잡은 행위는 강제추행에, 왼손을 잡아 끌어당겨 안으려 한 행위는 강제추행 미수에 각각 해당한다"며 "상급자로서 인사상의 불이익을 줄 권한을 가지고 있는 점 등에 비춰 협박의 고의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군대 내 상급자가 부하를 추행한 사건이자 술자리 요구를 거절한 부하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용의 해악을 고지하는 등 비행의 정도가 심하다"며 "여러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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