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같은 발레 '안나 카레니나'…스토리는 희미·감정은 또렷

입력 2017-11-03 11:20   수정 2017-11-03 14:29

연극 같은 발레 '안나 카레니나'…스토리는 희미·감정은 또렷

원작 뼈대 살려서 1천200쪽을 2시간 무대에…'예습' 없인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지난 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한 국립발레단 신작 '안나 카레니나'는 소용돌이치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아름다운 의상과 낭만적인 러시아 음악, 세밀함을 요구하는 연극적인 무대로 펼쳐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기념하기 위한 특별공연으로 마련된 이번 작품에는 '왜 하필 안나 카레니나냐'라는 물음표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게 사실이다.

머나먼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쓴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발레인 데다가 내용조차 귀부인 '안나'가 안정적인 삶 대신 금단의 사랑을 택하는 구조라 평창동계올림픽과 뚜렷한 접점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무대에 올려진 '안나 카레니나'는 강수진 단장 말대로 "한국 발레의 세계적인 수준을 보여주면서 전 세계인이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작품"임을 증명하며 세간의 의구심을 상당 부분 방어했다.

스위스 취리히발레단의 예술감독 크리스티안 슈푹이 안무한 이번 작품은 '안나'를 비롯한 주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와 감정을 도드라지게 표현하는 방식으로 1천200쪽에 달하는 원작을 2시간짜리 발레로 압축했다.

'안나'가 사회적 지위와 명예, 심지어 자기 아들까지 포기하며 매력적인 장교 '브론스키'와 격정적으로 사랑에 빠져드는 과정부터 허무와 질투, 강박으로 피폐해져 가는 모습까지가 절절하게 표현된다.

어둡고 미니멀한 무대 위에 클래식 발레부터 모던 발레까지 다양한 춤으로 캐릭터들의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드러낸다.





원작의 굵직한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따라가는데, 무용수들도 춤만 추는 것이 아니라 연극배우처럼 세밀한 감정 표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키티', '레빈', '돌리', '스티바' 등의 다른 주요 인물 이야기에도 상당 부분을 할애한 점이 같은 원작을 바탕으로 한 다른 발레 작품과 차별화되는 지점이었다.

다른 발레 작품들은 대개 원작의 방대함 때문에 남녀 주인공 '안나'와 '브론스키' 질투 가득한 드라마로 재구성하는 방식을 취하지만, 슈푹은 소박한 노동과 현실에서의 기쁨에 집중하는 '레빈' 등을 주요 솔리스트로 활용하며 톨스토이가 강조하고자 했던 내용을 살려낸다.

다만 원작 주요 뼈대과 주요 인물들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한 결과 모든 장면이 짧게 구성되고, 그 안의 내용이 극단적으로 축약되는 약점도 지니게 된다.

이 때문에 분명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발레지만, 그 이야기에 관객이 깊이 몰입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원작을 미리 철저하게 '예습'해야 즐길 수 있는 부분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친절하게 다가가는 작품도 아니다.

대신 방대한 원작을 다 읽지 않은 관객들도 즐길만한 요소가 여럿 배치됐다.

19세기 러시아 상류 사회를 그대로 재현한 우아한 의상들과 낭만적이면서도 우수 어린 라흐마니노프의 음악 등은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이다.

강 단장 역시 "춤 이외에도 음악, 의상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발레를 잘 몰라도 눈과 귀로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안나'와 '브론스키'의 정사 장면을 사실적인 몸짓으로 그려낸 파드되(2인무)와 별다른 장치나 안무 없이 기차 영상으로 대체한 '안나'의 마지막 자살 장면 등은 독특하지만, 관객의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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