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영화서 천재소녀 연기…"다중인격 캐릭터 도전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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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배드 지니어스'는 신선한 소재와 감각적 구성이 돋보이는 영화다.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시험부정 행위를 조직범죄로 발전시킨 다음, 리듬감 넘치는 편집과 강렬한 음악으로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범죄조직을 이끄는 인물은 졸업생 대부분이 외국 대학에 진학한다는 명문고에서도 장학생으로 선발된 천재소녀 '린'. 명석한 두뇌를 이용해 부정행위로 돈을 벌면서도 교사들의 뇌물수수를 냉소하고 자신을 합리화하는 차가운 캐릭터다.
린을 연기한 추티몬 추엥차로엔수키잉(21)은 본명 대신 태국어로 디자인을 뜻하는 애칭 '옥밥'으로 불린다. 국내 개봉 첫날인 지난 2일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옥밥을 만났다. 그는 '배드 지니어스'로 연기에 발을 들이기 전 열다섯 살 때 모델 활동을 시작했다. 명품 브랜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찾은 한국에서 마침 영화가 개봉했다.
"예전에는 배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특별히 있진 않았어요. 하지만 광고와 뮤직비디오 일을 하면서 언젠가 연기할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던 차에 제 인스타그램을 보고 오디션 참가 제의가 들어왔어요. 100명 넘게 지원한 오디션에서 뽑혔죠."
옥밥은 말 대신 눈빛과 표정·몸짓으로 대화하는 장면이 많은 이번 영화에서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을 선보인다. 그는 "린은 말수가 적고 표정을 많이 드러내는 캐릭터는 아니다. 그렇다고 감정이 없는 캐릭터도 아니기 때문에 그런 점을 잘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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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이 숙제도 많이 내주시고 '오션스 일레븐' 같은 영화를 보며 캐릭터와 상황을 분석했죠." 커닝 범죄조직 4인방 가운데 리더인 린을 맡은 옥밥만 연기 경험이 없었다. 촬영 전 나타우트 폰피리야 감독은 배우들과 함께 몇 달간 워크숍을 하며 캐릭터를 완성시켰다고 한다.
영화에서 린은 왼손잡이다. 천재성을 강조하기 위한 설정이다. 오른손잡이인 옥밥은 수개월 연습 끝에 왼손으로 능숙하게 수학문제를 풀어냈다. 오른손은 커닝 도구로 쓰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화 '배드 지니어스'는 태국영화 하면 공포물과 무에타이 액션을 우선 떠올리는 한국 관객의 선입견을 깬다. "액션과 귀신 영화, 코미디가 많긴 하지만 다른 영화들도 많아요. 로맨틱 코미디도 있고요. 액션 영화 중에서도 '옹박'처럼 강한 액션이 들어가지 않는 영화도 있고 다양해요."
옥밥은 첫 영화로 올해 뉴욕아시안필름페스티벌에서 '아시아 라이징 스타상'을 받았다. 한국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와 영화 '부산행'을 좋아한다는 그는 "영화 '23 아이덴티티'의 제임스 매커보이처럼 다중인격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다"며 연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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