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유산 해녀 수중봉송 후 일출봉 정상까지…도민 "환영"
(서귀포=연합뉴스) 고성식 전지혜 기자 =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제주의 대표 명소 성산일출봉에 도착한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를 환영합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제공][https://youtu.be/jibvj4SP5v4]
3일 오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세계지질공원인 성산일출봉 특설무대에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의 염원을 담은 성화 봉송 마지막 주자인 강창복(36)씨가 등장하자 도민들은 열렬한 환호와 박수갈채를 쏟아냈다.
다문화가정의 가장이자 퀵배달서비스 일을 하는 강씨는 임시 성화대에 불을 붙인 뒤 "성화봉송 주자로 뛰게 돼 기쁘고,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됐으면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주도민은 따뜻한 남쪽 서귀포의 기운을 실어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응원한다"며 "이번 올림픽이 평화와 화합의 인류 축제가 돼 북핵 위기나 한중관계를 녹여서 전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성화가 성산일출봉 정상에서 입구에 설치된 특설무대로 옮겨지는 과정에는 제주의 '바람'이 변수가 됐다. 안전램프에 담겨 정상까지 옮겨진 불씨를 성화봉에 옮겨 붙이려는 과정에서 바람이 강하게 부는 등의 문제로 일정이 계획보다 지연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전날 제주시에 이어 이날 '평창의 불꽃'을 맞이한 서귀포시는 축하 행사를 열어 축제 분위기를 한껏 달궜다. 행사에서는 지난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제주해녀문화를 담은 이어도사나 공연 등이 펼쳐졌다.
이날 성화는 '제주도 관광 1번지'인 중문관광단지의 신라호텔∼제주국제컨벤션센터, 서귀포혁신도시, 천지연폭포∼서귀포 비석거리, 성산항∼성산일출봉 등 총 16.7㎞ 구간에서 주자 82명의 손을 거쳐 성산일출봉에 설치된 임시 성화대에 붙여졌다.
이날 봉송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을 간직한 제주해녀들이 선보인 '수중 봉송'이었다.
강애심(64) 제주도해녀협회장이 안전램프에서 점화한 불꽃을 들고서 성산일출봉이 뒤로 펼쳐진 광치기해변 앞 바다로 들어갔다.
동료 해녀 15명도 손에 오륜기나 평창올림픽 엠블럼이 새겨진 깃발을 들고 뒤따라 물에 들어갔다. 해녀들은 전통 물질 도구인 '테왁'에 의지해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 자맥질해 갔으나 성화는 꺼지지 않고 활활 타올랐다.
강 회장에 이어 고송환(72) 해녀가 특수 제작된 수중용 성화봉에 불꽃을 전달받아 잠수, 3.5m 아래 해저면까지 들어갔다.
바닷속 해저면에 있던 수중 로봇인 '크랩스터'는 고송환 해녀가 해저 면에 도착한 순간 올림픽 엠블럼 깃발을 활착 펴 첨단 기술과 해녀가 한데 어우러진 이색 퍼포먼스를 펼쳐졌다.
이후 수면 위로 다시 올라온 고송환 해녀에게서 평창의 불꽃을 건네받은 고려진(34·성산어촌계) 해녀가 뭍으로 헤엄쳐 나와 성화를 안전램프에 다시 옮기면서 해녀봉송 퍼포먼스는 마무리됐다.
강애심 회장은 "해녀는 물속 차가운 기운을 견디고서야 해산물을 채취할 수 있다"며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도 추위 속에서도 정정당당하게 경쟁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송환 해녀는 "해녀인 내가 할 수 있는 물질로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평창올림픽 개최를 축하하는 행사에 참여하게 돼 영광스럽다"며 "내가 든 불꽃이 전 세계를 환하게 비췄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주도는 첨단 기술이 동원되는 평창올림픽을 홍보하고 전통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제주해녀 문화를 알리기 위해 이번 퍼포먼스를 마련했다.
김남윤 제주도 체육진흥과 과장은 "제주해녀 문화와 첨단 기술이 동원되는 올림픽의 만남, 그리고 나이 드신 해녀와 30대 젊은 해녀의 만남을 통해 평창의 불꽃에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함께 담겨 더욱 소중하게 전달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수중봉송에 앞서 이날 오전 9시 28분께 중문 신라호텔에서 출발한 러시아 국적 토스타야 애나씨를 시작으로 54명의 주자가 성화를 들고 서귀포혁신도시∼천지연폭포∼비석거리(동홍동)까지 11.7㎞ 구간을 성화를 들고 뛰었다.
이후 평창의 불꽃을 차량으로 제주 세계자연유산의 고장 성산읍으로 옮겨 25명(해녀 3명 제외)의 주자가 제주의 마지막 지점인 성산일출봉 정상과 입구의 특설무대까지 5㎞가량을 봉송했다.
앞서 제주에서의 봉송 첫날인 전날(2일) 성화는 제주국제공항에서 탑동광장까지 시가지 21.4㎞ 구간에서 주자 85명의 손으로 옮겨지거나 차량 등으로 봉송돼 올림픽 열기를 뜨겁게 달궜다.
제주에서 이틀간의 봉송과 축하행사를 거치며 올림픽 성공개최의 도민 염원을 담은 '평창의 불꽃'은 안전램프에 담겨 이날 오후 9시 30분께 전세기 편으로 다음 봉송지인 부산으로 향한다.
atoz@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