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명예훼손' 학예실장 무죄…법원 "고의·위법성 없다"(종합)

입력 2017-11-0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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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 명예훼손' 학예실장 무죄…법원 "고의·위법성 없다"(종합)

현대미술관 사건…"기고문이 사회적 평가 해친다고 단정 어려워"

"작가에 대한 평가와 미술품에 대한 평가는 서로 별개로 이뤄져"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고(故) 천경자 화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정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이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박강민 판사는 3일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정씨에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허위 사실을 적시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박 판사는 "피고인이 언론 기고문에 쓴 내용의 전체적인 취지는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것이고, 피고인으로서는 이를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타당한 사정이 있었다"며 "기고문 내용도 미술 평론으로서 합리성과 논리성을 갖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자 명예훼손죄는 적시된 허위의 사실이 사자의 사회적 평가나 역사적 평가를 저하하는 것이어야 한다"면서 "미술품 진위 논란이 곧바로 그 작가의 사회적 평가를 해친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박 판사는 "미술품은 완성된 이후엔 이미 작가와는 별개의 작품으로 존재하는 것으로서, 작가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별개로 해당 작품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별도로 이뤄진다"며 "비록 피고인의 기고문이 객관적 사실과 반한다고 해도 미인도에 대한 사회적, 역사적 평가가 달라질 여지가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천 화백의 유족은 지난해 "미인도가 가짜임에도 진품이라고 주장한다"며 전·현직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 6명을 고소·고발했다.

검찰은 이 중 바르토메우 마리 미술관장 등 5명은 무혐의 처분하고 정씨만 사자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정씨가 언론 기고문에서 "천 화백이 미인도 포스터를 보고 국립현대미술관에 위작임을 통보하고 이를 언론이 보도하면서 미인도 사건이 발생했다"는 취지 등으로 썼는데, 이를 허위 사실 적시에 따른 사자 명예훼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논란이 된 미인도의 진위를 확인하고자 안목 감정은 물론 X선·컴퓨터 영상분석·DNA 분석 등 과학감정 기법을 총동원했다. 그 결과 천 화백 특유의 작품 제작 방법이 미인도에 그대로 구현됐다고 판단했다.

s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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