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부터 환자 증가…급사확률 30% '치명적'
갑자기 극심한 두통 경험했다면 뇌동맥류 의심해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이 시기에 조심해야 할 대표적 질환으로 '뇌동맥류'가 꼽힌다. 뇌동맥류는 뇌혈관이 풍선처럼 비정상적으로 크게 부풀어 나온 상태를 말하는데, 부푼 만큼이나 터질 위험성도 크다. 특히 추위와 큰 일교차는 이런 위험성을 더욱 높이는 요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분석자료에 따르면 2010년 2만5천713명이던 국내 뇌동맥류 환자 수는 2016년에 7만828명으로 약 2.7배 증가했다. 무엇보다 건강검진 활성화로 조기발견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질환은 계절적으로 겨울철에 환자가 많은 편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고준석 교수팀이 2007~2015년 사이 병원을 찾은 뇌동맥류 환자 1천912명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추워지는 11월부터 환자가 증가하기 시작해 일교차가 큰 4월까지 증가 추세가 이어졌다.
뇌동맥류 파열이 무서운 이유는 전조 증상이 없어 발병 전에 대비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뇌동맥류 파열 환자의 대부분은 혈관이 터지기 전까지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했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혈관이 터지는 순간 환자는 망치로 얻어맞은 것과 같은 통증과 함께 평생 처음 경험해보지 못한 갑작스러운 두통을 느낀다. 이때 뇌 속에 피가 퍼지면서 순간적으로 뇌 혈류가 막히는데 이로 인해 급사할 확률은 30%를 넘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뇌속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혈관이 터졌을 때 큰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다. 출혈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출혈이 약한 때는 두통을 느끼고, 심하면 혼수상태에 빠지는 환자도 있다.
뇌동맥류의 발생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대부분의 뇌동맥류가 뇌 속 동맥의 갈라진 부위에 생기는 점으로 미뤄 볼 때 구조적으로 약한 혈관 벽에 지속해서 가해지는 혈류의 압력이 가장 큰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가장 잘 알려진 환경적 위험 요인은 고혈압과 흡연이다. 강동경희대병원의 조사에서는 뇌동맥류 환자의 46%가 고혈압을 앓고 있었다.
파열되는 뇌동맥류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볼록하게 부푼 혈관 부위의 지름이 6∼7㎜ 정도로 크고, 모양이 울퉁불퉁할수록 터질 확률이 높다. 또 40대 이상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남성보다 여성일수록 뇌동맥 파열 가능성은 커진다.
가족력도 파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다,
장경술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동맥류는 파열 자체도 대단히 위중하지만 2, 3차 합병증도 심해서 그 치료가 쉽지 않다"면서 "만약 가족력이 있거나 신장이 물혹이 생기는 '다낭성 신장'과 같은 유전질환을 갖고 있다면 뇌동맥류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30대 이후부터 꾸준히 혈관조영 CT를 이용해 뇌동맥류의 이상 여부를 파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뇌동맥류는 CT(컴퓨터단층촬영)와 MRI(자기공명영상)를 이용하면 10분만에 확인할 수 있다.
뇌동맥류 치료는 수술이 유일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당장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뇌동맥류 진단을 받았다면 신경외과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뇌동맥류의 모양이나 위치, 크기, 상태에 따라 정기검진을 받으면서 수술 시기를 결정하면 된다.
뇌동맥류 수술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볼록한 혈관 부분을 집게로 집듯 부풀어 있는 부위를 조여주는 결찰술과 뇌동맥류 안으로 관을 집어넣어서 파열된 부위를 막아주는 코일색전술이다. 둘 다 수술 치료 후에는 합병증과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 환자가 혈관 파열 때 혼수상태였는지, 혹은 두통을 느끼고 의식이 있는 상태였는지에 따라 치료 예후에 차이가 난다.
장 교수는 "뇌동맥류 위험군에 속한다면 주기적인 검진을 통해 파열이 발생하기 전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심한 두통을 경험한 사람들은 반드시 신경외과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고준석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동맥류를 예방하려면 고혈압, 당뇨병, 흡연, 고지혈증, 비만, 스트레스, 운동부족 등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면서 "특히 겨울철은 야외 활동 위축으로 혈압 관리에 소홀해지기 쉬운 만큼 실내 운동으로 적정 운동량을 유지하고, 송년회와 신년회 등에서 음주, 흡연을 심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 뇌동맥류를 의심해야 하는 증상
▲ 구토와 함께 갑자기 발생하는 극심한 두통
▲ 일반적인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두통
▲ 갑작스러운 의식 저하
▲ 마비나 눈꺼풀 감김
▲ 경련 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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