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오는 7~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방한 때 논의될 양국 간 핵심의제는 북한 문제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이 될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이익 극대화를 위해서는 어떤 행동도 불사하는 스타일이다. 그가 서울에 와서 겉으로는 북핵 논의에 무게를 두겠지만 실제로는 신속한 한미FTA 개정을 위한 전방위 압박에 역점을 둘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계획을 브리핑하면서 "경제가 핵심 논의 분야"라며 "양국은 한미FTA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협력을 포함해 진정으로 '공정하고 평평한 운동장'을 만드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양국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와 한미FTA가 양대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미국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긴장하고 있다. 정부는 3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주재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한미FTA 관련 동향과 향후 개정 절차 등을 논의했다. 김 부총리는 회의에서 "법과 절차에 따라 (한미FTA) 개정 협상에 임하고 국회와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측의 한미FTA 개정 압박이 강화되자 현재 40여 명인 통상 전문인력을 120명으로 늘려달라고 정부·여당에 요청했다고 한다. 그는 "협상 대표인 내가 한미FTA '폐기' 카드를 쓸 수 있어야 최선의 협상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면서 FTA 폐기 선언 권한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정 폐기란 말을 먼저 꺼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한미FTA가 '끔찍한 거래'(horrible deal)라며 집권 초 협정의 폐기까지 거론했으나 지금은 한발 물러나 개정 쪽으로 선회했다. 변칙적 협상에 능한 사업가 출신 대통령의 '엄포'였다는 말도 나왔다. 그 후에도 트럼프는 "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해 한국의 양보를 받아내라"고 자국 협상팀에 지시한 것으로 미국 언론이 보도하기도 했다. 이번 방한에서 그가 어떤 방식으로 한미FTA 개정 문제를 제기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거론할 수도 있고, 국회 연설 내용에 포함될 수도 있다.
한미FTA 개정을 위해 협상을 시작한다는 것은 지난 8월과 9월에 열린 두 차례의 한미공동위원회 회의에서 합의된 사항이다. 다만 양국이 관련 법에 따라 국회보고 등 절차를 거쳐야 공식 협상에 착수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 기간 미국 측은 자국이 손해를 본다고 여기는 자동차·철강·농업 등 분야를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우리는 한미FTA의 호혜성을 강조하고, 서비스 부문과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등 한국이 불리한 부분을 부각해야 한다. 무역수지에 잡히지 않지만 엄청난 규모인 미국산 무기의 수입도 우회적 협상 카드로 활용할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한에서 안보 문제를 지렛대로 삼아 뭔가 경제적 성과를 내려고 할 수 있다. 그럴수록 우리는 논리적이고 당당한 태도로 협상에 임해 국익을 해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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