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로 변한 5·18 암매장 추정지…잡초와 거미줄만 무성

입력 2017-11-03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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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로 변한 5·18 암매장 추정지…잡초와 거미줄만 무성

옛 광주교도소 외곽 재소자 농장 터 언론에 최초 공개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12명을 암매장하는데 구덩이를 6개 팠다고 합니다. 한 구덩이에 두 사람씩 위아래로 포개서 묻은 거죠"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3일 5·18 암매장지로 추정된 옛 광주교도소에서 검찰 수사기록으로 추적한 그 날의 상황을 재구성했다.

이날 언론에 최초로 공개된 5·18 민주화운동 행방불명자 암매장 추정지인 옛 광주교도소 북쪽 외곽 재소자 농장 터는 사람 떠난 땅이 으레 그렇듯 무성한 잡초만 솟아나 있었다.

생생하고 구체적인 과거 기록과 달리 발굴 작업이 시작된 현장에서는 암매장 흔적으로 볼만한 단서는 어느 것도 눈에 띄지 않았다.

5·18재단이 지목한 암매장 추정지는 북쪽 담장 바깥을 따라 이어진 주변 폭 3∼5m, 길이 117m 구간이다.

과거 흙길이었다던 교도소 경비대 순찰로 주변이다.

지금은 콘크리트 포장에 뒤덮였으나 그마저도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생채기를 드러낸 채 갈라져 있었다.

1980년 5월 이후 언제 설치했는지 모른다는 철제 울타리는 덩굴에 뒤덮여 을씨년스러움을 더했다.

농장 터를 테니스장으로 메우면서 주변에 들어 선 단층 건물은 관리가 안 된 채 거미줄만 가득해 폐허를 방불케 했다.


5·18재단은 오는 4일부터 불모지나 다름없는 이곳에서 12명의 흔적을 간직한 채 있을 지 모를 6개의 구덩이를 찾는 작업에 착수한다.

5·18 이후 사라진 시민의 행방을 찾아온 5월 단체가 이 자리에 서기까지 꼬박 37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김 상임이사는 "막상 작업을 시작하려 하니 마음도 어깨도 무겁다"며 "유해가 가족의 품에 돌아갈 수 있도록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h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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