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예견된 소송"…'불법파견 주체' 놓고 논란 불거져
고용부, 당혹감 속 대응책 마련 부심…"소송 제기 유감"
(서울=연합뉴스) 김범수 기자 = 파리바게뜨 본사가 고용노동부의 불법파견 결정에 맞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고용부가 지난 9월 파리바게뜨 본사에 제빵기사 등 5천300여 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린 이후 회사 측이 파리바게뜨 본사가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줄곧 제기돼왔다.
실제로 고용부가 파리바게뜨 본사를 불법파견 고용의 주체로 판단한 것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해석이 학계에서 나왔다.
이에 고용부가 시정명령 기한인 25일 이내에 이런 대규모 인력을 직접 고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과 사회적 파장을 고려, 이행기한 연장 의사를 내비치면서 대화를 통한 해결책이 마련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고용부의 불법파견 결정과 직접고용 시정명령에 파리바게뜨 본사가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이번 사태는 결국 정부와 업체 간 법정 다툼으로 비화했다.
◇ "예견된 소송"…고용부 '불법파견' 결론 직후부터 소송 가능성 부상
고용부는 지난 9월 21일 파리바게뜨 본사가 제빵기사들을 불법파견 형태로 고용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어 같은 달 28일 파리바게뜨 본사에 불법파견 고용과 관련해 제빵기사 등 5천378명을 11월 9일까지 직접고용하라는 시정명령을 전격 통보했다. 이 가운데 69명은 적법 파견으로 최종 확인돼 직접 고용 대상은 5천309명으로 정정됐다.
고용부는 당초 불법파견 결정과 관련, 가맹점주와 협력업체가 도급계약 당사자이지만 파리바게뜨가 사실상 사용사업주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를 상대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상 허용하고 있는 교육·훈련 외에도 채용·평가·임금·승진 등에 관한 일괄적인 기준을 마련해 시행했다는 점을 들었다.
파리바게뜨 소속 품질관리사(QSV)를 통해 출근 시간 관리는 물론, 업무에 대한 전반적인 지시·감독을 함으로써 가맹사업법의 허용범위를 벗어나 사용사업주로 역할을 했다는 게 고용부의 논리다.
반면 학계에서는 고용부의 이런 판단 근거가 법적 다툼의 소지를 낳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현행 관계법상 도급 협력업체 소속 직원들에게는 가맹 본사나 가맹점주는 업무 관련 지시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이를 어기면 불법 파견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현재 파리바게뜨 가맹 사업구조를 보면 협력업체와 하도급 계약을 맺은 주체는 가맹점주다. 여기에 제빵기사들이 근무하는 사업장은 가맹점이다.
학계는 불법파견 고용 당사자로 지목된 파리바게뜨 본사가 이런 구조를 고려해 '가맹 본사가 사업사용주'라는 고용부 결정을 인정하지 않고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을 점쳤다.
일각에서는 파리바게뜨 본사가 불법파견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설령 지휘명령성을 인정하더라도 협력업체의 독립적 사업자 성격이 부인돼야 본사의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는데 그 부분이 불명확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용부의 결정은 법적 근거 없이 사실적 파견관계라는 새로운 계약유형을 만들어 본사책임을 강화하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프랜차이즈 산업 특유의 인력운영 시스템을 불법파견이란 프레임에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본사의 관여를 지휘명령으로 단정하고 법률관계가 없는 당사자 간 근로관계를 인정하는 것은 법리적 논쟁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프랜차이즈사업에서 기술지도와 교육의 필요성은 있지만, 이를 넘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인 제빵기사의 근태관리나 노무관리에 개입한 것은 잘못된 관행이므로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제빵사업의 고유한 속성상 기술지도와 서비스 기준에 관한 부분을 무작정 불법파견의 문제로만 볼 수 있는가는 의문이 든다"면서 "더욱이 직접고용 요구는 사실상 프랜차이즈 산업 자체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공장형 제조업에 대한 하나의 잣대를 가지고 복잡다기한 사업영역을 규율함으로써 초래될 수 있는 게 법과 현실의 괴리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고용부, 파리바게뜨 행정소송에 당혹 속 대응책 마련 나서
고용부는 파리바게뜨 본사가 행정소송을 제기하자 크게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고용부는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린 이후 사회적 파장을 고려하는 동시에 이번 사태가 법정 공방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정명령 이행 기간을 한차례 연장할 의사를 내비치는 등 유화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이성기 차관은 파리바게뜨 협력업체 11곳과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이 고용부 결정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논란이 퍼지자 지난 9월 25일 긴급 브리핑을 주재해 긴급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 차관은 당시 브리핑에서 "파리바게뜨가 시정명령을 반드시 기한 내인 25일 안에 이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상황을 봐서 유예 기간을 둘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파리바게뜨 본사와 (원만한) 해결방안을 논의할 여지가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모두를 위한) 발전 방안을 찾는 것"이라고 말해 대화를 통한 해결책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실제로 고용부는 시정명령 기한인 25일 이내에 5천 명이 넘는 대규모 인력을 직접 고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고려해 적법한 범위 내에서 본사와 해결책을 논의하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직접고용 시정명령 이행 감독을 맡은 서울고용노동청 관계자도 "파리바게뜨 본사의 요청이 있으면 기한을 한 차례 연장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파리바게뜨 본사가 지난달 30일 시정명령 취소 처분 소송을 낸 사실이 서울고용노동청에 통보되자 고용부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고용부 관계자는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파리바게뜨가 소송을 낼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는데 유감"이라며 "일단 시정명령 이행기한인 이달 9일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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