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간 KBS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통해 시청자 사랑받아
"한때 연기 그만두려고 해…지금은 연기할 수 있는 것에 감사"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수향이는 복덩이에요."
'아이리스' '크리미널 마인드' 등을 제작한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얼마 전 한 말이다. 배우 임수향(27)을 캐스팅하면 어김없이 드라마가 전화위복하거나 큰 화제를 모은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실제로 '폭삭 망한 기대작'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tvN '크리미널 마인드'에서 임수향이 연쇄살인마로 특별출연했던 에피소드만이 큰 화제를 모았고, 그가 부상으로 하차한 배우를 대신해 급하게 악녀 역으로 대타 투입된 MBC TV '불어라 미풍아'는 주인공 미풍이를 제치고 악녀 신애가 인기를 견인했다.
그렇게 강렬한 역할로 방점을 찍은 그가 180도 돌변해 세상 다시 없을 착하고 순한 모습으로 지난 6개월 시청자를 찾아왔었다. 오는 10일 종영하는 KBS 1TV 일일극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타이틀 롤인 '무궁화' 역을 맡은 그는 20%가 넘는 시청률 속에서 착한 이미지로 사랑받았다.
"할머니들 중에서는 '불어라 미풍아'의 악녀 신애와 지금의 착한 무궁화를 같은 배우가 연기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아요. 신애를 연기할 때는 저를 보고 어르신들이 '그렇게 나쁜 짓 하면 안된다'며 막 화를 내셨는데, 요즘에는 '아이고 무궁화네~'라며 굉장히 반가워하며 다가오세요."
최근 광화문에서 만난 임수향은 이렇게 말하며 활짝 웃었다.
◇ "일일극 고민도 했지만, 촬영하면서 너무 행복"
신인 배우에게 일일극 주인공이 주어지면 넝쿨째 굴러 들어온 복이지만, 임수향에게는 일일극 제안이 적지 않은 고민을 안겨줬던 게 사실이다. 2011년 SBS TV 주말극 '신기생뎐'의 주인공으로 혜성같이 데뷔해 청춘 미니시리즈에 전념해온 그에게 일일극 출연은 지금껏 걸어온 길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이었다.
"정말 고민 많이 했어요. 그런데 따뜻하고 착한 데다 정의로운 경찰 역이라 역할이 너무 좋았고,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는 기회도 될 것 같았어요. 연기를 앞으로도 계속할 건데 길게 보면 다양한 역할,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하는 게 저한테 결국 피가 되고 살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죠.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어요. 지난 6개월 이 작품을 하면서 동료 배우들과의 작업이 너무 행복했고, 많이 배웠습니다."
그는 "매주 화요일 배우들과 맥주 한잔씩 하면서 일주일간 힘들었던 일 토로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게 정말 너무 좋았다"며 "내게는 바쁜 와중에 완전한 힐링의 시간이 됐고, 그런 과정을 통해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불어라 미풍아'에 이어 그는 연타석으로 딸을 둔 엄마를 연기했다. 스물일곱의 청춘스타로서는 이 지점도 걸릴 듯하지만 답은 의외였다.
"아역배우랑 같이하는 작업을 좋아해요. 시청자분들이 대부분 여성분인데 아이와 같이 연기하면 모성애를 끌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왜 저라고 그 지점이 고민이 안됐겠어요. 그런데 한번 해보니까 아이랑 같이 연기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나더라고요. 이번에 무궁화에게 딸이 있는 것도 무궁화라는 캐릭터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준 것 같아요."
드라마는 사별한 남편 대신 경찰이 된 무궁화기 파출소 지구대에 근무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그는 순경 연기를 하면서 경찰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전에는 경찰을 봐도 그냥 지나쳤는데 요즘에는 진짜 달리 보이고, 너무 고마운 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죠. 내 식구 같기도 해요. 순찰하시는 분들을 보면 얼마나 고생하시는지도 아니까 정말 감사해요."
◇ "인기 쫓을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연기만 봐"
임수향은 스물한살에 데뷔작에서 주인공을 맡았으니 계속 상승곡선만 그릴 줄 알았다. 하지만 세상이 뜻대로, 계획대로 되지도 않았다.
"중간에 연기를 그만두고 싶었던 때도 있었어요. 뜻대로 안돼 속상한 지점도 있고, 순수하게 연기만 하고 싶은데 다른 일들이 끼어들기도 하는 것을 보면서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연기를 그만두고 무엇을 하면 행복할까 생각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없는 거예요. 그래서 못 그만두겠더라고요."
그는 "14살부터 연기를 너무 하고 싶어 해 오디션을 보러 다녔고 데뷔할 때는 인기가 아니라 연기만 보고, 연기가 너무 좋아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화려한 연예계 생활, 치열한 경쟁에서 마음을 다잡는 일은 쉽지만은 않았다.
"연기만 보고 시작했음에도 어느 순간 반짝반짝 인기를 좇을 때도 있었어요. 나도 인기를 얻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이제는 다시 연기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느끼고 있고, 다양한 역할을 쉼 없이 해보고 싶은 욕심이에요. 한때는 좋은 역, 마음에 드는 역만 기다렸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지난 3년 '아이가 다섯'부터 쉼 없이 달려온 것도 연기만 봤기 때문이에요."
그는 "예전에는 제발 날 좀 누가 불러주길 기다렸는데, 지금은 악역이든 일일극이든 저한테 해달라고 제안이 들어오니 그 자체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싶다"며 "열심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좋은 기회도, 좋은 순간도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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