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천생연분…'흑샘', '백샘' 아니고 '투샘'입니다"

입력 2017-11-06 08:00   수정 2017-11-06 08:13

"우리는 천생연분…'흑샘', '백샘' 아니고 '투샘'입니다"

호주 출신 샘 해밍턴, 가나 출신 샘 오취리 웹예능 '투샘TV' 오픈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우리는 천생연분이라고 느꼈어요."(샘 오취리)

"오취리가 배 다른 동생 같은 느낌이에요."(샘 해밍턴)

한국어가 청산유수다. 유머감각까지 탑재했으니 날고 긴다는 이들이 모인 한국 방송계에서 당당하게 명함 내밀고 살만하다.

호주 출신 샘 해밍턴(40)과 가나 출신 샘 오취리(26)가 손잡았다.

둘은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자신들의 이름 '샘'을 딴 '투샘티비'(TwoSamTV)를 지난달 27일 열고 웹예능 창작자로 나섰다. 나란히 '사무엘'(샘)이라는 이름을 갖고 한국 방송계에서 활동하는 둘은 나이차, 국적차, 인종차를 뛰어넘어 형제처럼 의기투합했다.

'투샘티비'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주로 보는 가이드북의 정보를 현장 검증해 진짜 한국 여행 팁을 전하는 '투샘플레이스'(TwoSamPlace), 한국에 사는 외국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한국문화 '리얼코리안'(RealKorean) 등의 메인 콘텐츠를 중심으로 매주 다양한 영상클립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금까지 남산, 광장시장, 인천을 여행한 편을 선보였는데 계속 꾸준히 제작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다양한 콘텐츠를 영어와 한국어를 같이 활용해 만들려고 합니다."





둘은 2013년 11월 tvN 버라이어티 예능 '섬마을 쌤'에 함께 출연하며 서로를 알아봤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예능을 하는 게 쉽지 않아요. 한국의 유머 코드와 외국의 유머 코드가 다르기 때문이죠. 저는 '개그콘서트'에 2년 정도 출연해서 좀 단련된 편이었지만 다른 외국인들은 적응하기 힘들어했어요. 그런데 '섬마을 쌤'에서 만난 오취리가 잘하는 거예요. 마침 저랑 이름도 같은 데다, 둘이 나이나 몸매, 피부색 등에서 언밸런스한 것들이 있어서 같이 뭔가를 하면 시너지 효과가 나더라고요."(샘 해밍턴)

"형이 방송 선배인데 제가 형하고 비슷한 과정을 걷는 것 같아요. 저도 '개그콘서트'에 출연했었어요. 형 하고 저는 억지로 뭘 하는 게 없어요. 계획하지 않았는데도 너무 자연스럽게 호흡이 잘 맞아서 저희끼리도 놀라요. '섬마을 쌤'에 출연할 때 우리가 각각 '흑샘' '백샘'이라 불리기도 했는데 그건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해서 '투샘'이라고 저희 콘텐츠의 이름을 지었어요."(샘 오취리)

호주 출신 샘 해밍턴은 한국 거주 15년차로, '개그콘서트' '진짜 사나이' '정글의 법칙' 등을 거쳐 현재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아들 윌리엄과 함께 출연하고 있다.

가나 출신 샘 오취리는 한국 거주 9년차로 '비정상회담'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등을 거쳐 현재는 MBN '생생 정보마당'과 tbs eFM '맨온에어'를 진행하고 있다.





둘은 나란히 "이제 한국이 내가 사는 곳이자 집"이라고 말했다.

"가나는 제 가족이 계신 곳이고 한국이 내가 사는 곳이죠. 저번에 가나에서 프랑스항공을 타고 한국으로 왔는데 그때 프랑스인 승무원이 '집으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인사했는데 진짜 내가 집에 왔구나 싶더라고요. 이제는 가나에 가면 친구들이 길 안내를 해줘야해요.(웃음)"(샘 오취리)

"한국에 살면서 제가 참을성이 없어진 것 같아요. 모든 게 바로 당장 해결되니까요.(웃음) 다 너무 편리하고 빠르잖아요. 이제는 호주가 낯설 지경이에요."(샘 해밍턴)

주한 외국인이 많아지고 그들이 이끄는 '비정상회담' 같은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시대지만, 여전히 외국인을 바라보고 대하는 시선에서 논란과 갈등이 빚어진다. 개그프로그램에서 인종차별적 소재를 웃음의 코드로 활용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봉원 선생님이 인기 코너 '시커먼스'를 그만둔 시점이 88서울올림픽을 앞둔 때였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30년 전인데 아직도 흑인 분장을 하고 나와 흑인 비하 개그를 하는 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샘 해밍턴)

"피부 색깔과 인종적 특징을 가지고 웃기려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TV에서 그런 모습 볼 때면 기분이 나빠집니다. 서로서로 존중하며 살아야죠. 다 같은 사람인데. 한류 열풍이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데 그런 나쁜 모습을 보여주면 안되잖아요."(샘 오취리)







얼마 전에는 가수 강남이 샘 오취리에게 방송에서 한 말이 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강남은 당시 방송에서 "가나에 TV가 있어? 방송국도 있어?"라고 물었다.

"사실 '가나에서 사자를 본 적 있어?' 같은 질문을 받을 줄 알았지 'TV가 있냐'고 물어볼 줄은 몰랐어요. 당황하긴 했지만 가나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논란이 너무 커지더라고요. 그만큼 많은 이들이 방송을 보고 있구나 느꼈어요. 그래서 나도 더더욱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샘 오취리)

한국에 오래 산 외국인으로서 한국에 대해 지적하고 싶은 점이 뭐냐고 물었다. 둘의 답은 같았다.

"한국은 굉장히 발전했지만 사람들이 여유가 없어요. 남들의 시선도 엄청 신경 쓰고 살고요. 조금 더 여유를 갖고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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