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 중 18개 기관, 5년 전보다 평균보수 상승…석유공사 20% 껑충
비싼 공공요금 바탕으로 '땅 짚고 헤엄치기' 장사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정부는 지난달 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공공기관 채용비리 관련 관계장관 긴급간담회를 열고 '채용비리와 전쟁'을 선포했다.
공공기관 인사비리 문제가 불거진 이번 기회에 이를 근절하고자 중앙부처가 관리하는 공공기관 330개와 지방 공기업 130여곳 등 1천100여곳의 과거 5년간 채용과정 전반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이는 채용비리가 현재까지 드러난 일부 기관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인식에 기반한다.
감사원 감사 결과나 국정감사 등을 통해 채용비리가 드러나거나 의혹이 제기된 23개 기관 외에 전체 공공기관 역시 고임금과 높은 복지혜택 등 방만 경영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공공기관 역시 채용비리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공공기관들은 2013년 말 발표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따라 2014년 보수나 복리후생비 등을 '찔끔' 줄였지만 시간이 지나자 원상회복을 넘어 대폭 인상, 여전히 취업준비생들에게는 '꿈의 직장'이다.
5일 조세재정연구원의 '2017년 공공기관 현황 편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공공기관의 직원 평균보수(정규직 기준)는 6천607만원으로 전년 대비 1.8% 올랐다.
공공기관 직원 평균보수는 2012년 6천237만원에서 2013년 6천310만원, 2014년 6천359만원, 2015년 6천493만원, 지난해 6천607만원으로 계속 올랐다.
정부는 그동안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2014년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에서 인건비 등 주요 경비의 긴축편성 및 과도한 복리후생비 개선을 명문화했다.
이에 따라 2014년 공공기관의 직원 평균 보수는 전년 대비 0.8%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히 공기업은 2013년 평균 7천299만원에서 2014년 7천222만원으로, 준정부기관은 6천271만원에서 6천262만원으로 각각 줄었다.
그러나 이후 정부의 감시가 느슨해지자 공공기관들은 다시 임금 인상에 나서 삭감분을 회복했다.
복리후생 역시 마찬가지다.
전체 공공기관의 복리후생비 지원규모는 2012년 9천665억원에서 2013년 9천429억원, 2014년 7천475억원까지 감소했다가 2015년 7천853억원, 2016년 8천26억원으로 다시 늘어나고 있다.
보고서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추진으로 전체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복리후생비 총액이 2013년 소폭 감소, 2014년 대폭 감소했다가 2015년부터 소폭 증가하는 형태로 변화했다"고 밝혔다.
이미 채용비리에 연루된 공공기관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다.
감사원 감사나 국정감사 등을 통해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된 23개 공공기관 중 18개 기관이 2012년에 비해 올해(예산 기준) 직원 1인당 평균보수(정규직 기준)가 올랐다.
부정청탁 대상자 수백명을 채용했다는 의혹을 산 강원랜드의 보수 인상이 우선 눈에 띈다.
강원랜드는 2014년 6천749만원이던 직원 1인당 평균보수를 2015년에 6천659만원으로 낮췄다.
하지만 2016년에 6천744만원으로 인상해 삭감 전 수준으로 되돌렸고, 올해 예산 기준으로는 7천73만원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보수를 특히 많이 올린 공공기관은 한국석유공사다.
2014년 평균 8천119만원이었는데 2년에 걸쳐 각각 6.5%와 4.4% 인하해 작년에는 7천260만원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18.4%(1천339만원)나 높게 잡아 평균보수가 8천599만원 수준이다. 5년 전인 2012년과 비교하면 무려 20.2%나 올랐다.
삭감은 소폭으로 하고 인상은 대폭 단행한 기관도 있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1인 평균보수를 2013년과 2014년에 전년 대비 0.4%, 3.4% 삭감했고 올해는 11.0% 인상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와 전략물자관리원은 올해 10.1%, 9.4%씩 올렸다.
이들은 앞서 보수를 인하하기도 했으나 최근에 대폭 올려 결국 삭감 전보다 높였다.
대한석탄공사의 보수는 최근 상승 일변도였다.
2012년에 직원 1인당 평균보수가 5천594만원이었는데 5년에 걸쳐 0.8∼4.1% 사이로 매년 인상한 결과 올해는 6천315만원이 됐다.
공공기관별로 경영 환경이나 실적 등에 차이가 있어 인상이 무조건 나쁘다고 일괄 재단하기는 어렵지만, 채용비리 연루 의혹을 사고 있는 이른바 '신의 직장'들이 줄줄이 보수를 올린 것을 보고 박탈감을 느끼는 취업 준비생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은 그 특성상 법정 요금을 수익원으로 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를 고려하면 통상보다 임금 인상률이 높다는 것 자체가 특혜의 방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의 보수 인상이 가능한 이유에 관해 "공공요금이 비싸기 때문"이라며 "공공기관이 땅 짚고 헤엄치기로 돈을 벌고 있다"고 비판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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