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스러운 언어들과 싸우겠다"…국내외 작가들 '광주선언문'

입력 2017-11-04 20:33  

"고집스러운 언어들과 싸우겠다"…국내외 작가들 '광주선언문'

제1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 폐막…"광주서 감격스러운 소통 경험"




(광주=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우리는 미숙한 개인의 영혼 속으로만 함몰되어가던 문학을 인간의 대지로 다시 불러내고, 자기 확신만 앞세우는 고집스러운 언어들과는 싸울 것이다. 연대는 동질성이 아니라 차이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누구도 인간이 사는 꿈의 장소들을 세계의 변두리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아시아 작가들의 창조적 언어를 통해 생성될 새로운 문학의 장은 여기서부터 출발할 것이다."

제1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에 참가한 국내·외 작가 30여 명은 4일 오후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이런 내용의 '2017 광주 선언문'을 채택해 발표했다.

작가들은 "인간의 세상은 국적, 종교에 따라 다르지 않고, 서로 닮아 있고, 끊임없이 상호작용한다"며 "모두가 여기 광주에서 만나 감격스러운 소통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유럽 이외의 창구를 통해 전 세계 작가들이 소통한 이번 페스티벌의 의미에 공감하면서, 새로운 문학의 장을 발판으로 나아가야 할 구체적 방향을 공유했다.

작가들은 "아시아의 문학이 인간의 상처와 꿈을 담은 기록임을 확인하고, 이를 인류가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평화에 기여하는 문학을 지지한다. 성, 인종, 계급, 국적, 종교 등을 이유로 인간의 존엄성을 경시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또 "모든 인간이 각각의 언어와 문학 전통에 대한 존중심을 갖도록 연대하고 서로 도울 것"이라고 천명했다.




페스티벌은 작가들의 선언문 채택으로 막을 내렸다. '아시아의 아침'을 주제로 진행된 이번 페스티벌은 아시아의 역사적 치유를 승화하고 인류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시인을 중심으로 민주·인권·평화 문제에 천착해온 국내·외 작가들이 주로 초청됐다.

첫날 5·18 민주묘지 참배를 시작으로 안토니오 콜리나스(스페인), 클로드 무샤르(프랑스), 브레이튼 브레이튼바흐(남아프리카공화국), 잭 로고우(미국) 등 외국 작가들의 강연이 이어졌다.

고은의 시와 나윤선의 재즈 보컬이 어우러지는 무대, 한국 작가들의 문학콘서트와 문학을 주제로 한 영화 상영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됐다.




그러나 페스티벌이라는 명칭에 걸맞지 않게 주제가 지나치게 무겁고 시민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해마다 행사를 열어 아시아 지역 인문학 축제로 발전시키겠다는 조직위원회로서는 귀 기울일 만한 얘기다.

조직위원장을 맡은 고은 시인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이런 지적에 대해 "처음 태어난 아기는 뭐라고 규정할 수 없다. 그 질문이 내년에 다시 유효할 것 같다. 내년에 대답을 하겠다"고 말했다.

초청된 외국 작가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198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월레 소잉카(나이지리아)였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소잉카는 '노벨문학상이 지나치게 서구 편향적 아니냐'는 질문에 "수상작 결정에는 그들 나름의 생각이 있을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나는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어떤 기준은 있을 것이다. 휴머니즘에 대한 기준은 있을 것"이라며 "노벨상이 마음에 안 들면 우리만의 상을 만들 수도 있다. 아프리카 작가로서 아프리카 대륙만의 문학상을 만들어 우리가 수상자를 선정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러면 이런 불평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잉카는 "남북한이 서로 총구를 겨누려고 하는데 한국에 갈 것이냐는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 그럼에도 온 건 이 자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어떤 편견도, 서로를 압도하고자 하지 않는 보편적 플랫폼을 통해 문화의 가계(家系)들이 어우러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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