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빈곤층'에 연탄나눔…정부가 하지않아 그만 못 둬"

입력 2017-11-05 09:45  

"'절대빈곤층'에 연탄나눔…정부가 하지않아 그만 못 둬"

16년째 달동네·판자촌에 연탄 후원하는 '연탄은행' 허기복 목사

"서울에서만 연 3만명 봉사·나눔 손길…대한민국은 '희망민국'"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연탄은행' 설립자이자 대표인 허기복 목사는 올해로 16년째 달동네와 판자촌을 찾아 연탄을 나누고 있다.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 설립한 '밥상 공동체' 활동 도중 "연탄이 없어 어려운 분들이 많다"는 말을 들은 것이 연탄은행을 만든 계기였다.

매년 여름 수요 조사에 나서는 허 목사는 의외로 많은 집에서 여전히 연탄을 땐다는 점에 놀라곤 한다.

허 목사는 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매년 여름 수요 조사를 하는데, 올해 기준으로 서울에만 3천 가구 정도 되고, 전국적으로는 13만 가구를 넘는다"고 전했다.

연탄이 필요한 사람이 줄고 있지만, 안타까움은 쌓이고 있다. 허 목사는 "처음 연탄을 나눈 2002년에는 연탄 때는 집이 20만 가구에 달했는데 이제 13만 가구 정도로 줄었다"며 "연탄 쓰는 집의 경제가 나아진 게 아니라 어르신들이 노환으로 돌아가시거나 달동네가 철거됐기 때문이어서 가슴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강원 원주에서 시작한 연탄나눔 활동은 이제 전국으로 퍼졌다. 서울과 부산, 인천, 전주, 대구 등 전국 31곳에서 매년 어려운 이웃에게 연탄을 배달한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여러 가지 후원 방법이 있는데, 왜 연탄을 골랐을까. 허 목사는 "연탄을 쓰는 분들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어려운 절대 빈곤층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탄은행 후원을 받는 이의 평균 연령은 75세를 넘는다. 대부분 파지를 주워 생계를 유지한다. 월 수익이 25만 원에 못 미친다.

한 달 치 연탄 150장을 사려면 배달 비용을 빼도 1장에 600원씩 9만원이 들어간다. 연탄은행 후원을 받지 않으면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다. 이들은 난방비가 소득의 10%를 넘는 이른바 '에너지 빈곤층'이다.


연탄에서 손을 놓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정부가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가 지난해 1장에 540원에서 600원으로 연탄 가격을 올리고 올해도 인상 계획이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허 목사는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내는 데 돈이 든다면 몇억 원이라도 들여서 구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연탄 가격을 낮추는 데 드는 정부 보조금은 부담이 아니라 '책임 예산'이라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탄이라도 도와줘야 한다며 어려운 이웃의 안타까운 사연을 계속 얘기하던 허 목사는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 희망은 바로 힘든 이웃을 향하는 '온정의 손길'이라고 허 목사는 설명했다.

"연탄은행을 거치는 봉사자가 서울에서만 매년 3만 명에 달합니다. 어마어마한 숫자에요. 큰돈보다도 개미들의 후원에 한 가닥 희망을 걸게 됩니다. 대한민국은 '희망민국'이라고 생각합니다."

jae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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