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부시는 클린턴에 투표·아들 부시는 기권…"트럼프 안좋아해"
백악관 즉각 반격…'족적이 얼마나 강력한지, 이라크 전쟁 비판해볼까'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공화당 출신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부자가 지난해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미국의 역사 작가인 마크 업디그로브가 41대와 43대 대통령을 지낸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와 조지 W. 부시(아들 부시)를 함께 인터뷰해 오는 14일 출간하는 저서 '마지막 공화당원들'을 통해서다.
업디그로브는 책 출간에 앞서 4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나와 이런 사실을 전했다.
그에 따르면 아버지 부시는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에게 투표했다.
반면 아들 부시는 대선과 함께 치러진 연방의원 선거 등에는 공화당 후보에게 표를 줬지만, 대선후보 기표란은 공란으로 비워뒀다.
아버지 부시는 트럼프 후보가 공화당 경선에서 승기를 잡은 시점인 지난해 5월 "나는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에 대해 많이 모르지만, 그가 허풍쟁이라는 것은 안다. 그가 리더가 된다는 것에 전혀 흥분되지 않는다"고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트럼프 후보가 공공에 대한 봉사가 아니라 자부심 때문에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며 "겸손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아들 부시도 "겸손은 우리 집안의 유산이며, 트럼프에게서는 그걸 찾아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아들 부시는 특히 트럼프 후보가 대선 당시 "나한테는 나 스스로가 조언자"라고 발언한 데 대해 "이 친구는 대통령이 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군"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작가는 전했다.
두 전직 대통령 부자는 지난해 대선 트럼프 후보의 막말과 분열적 가치를 비판하며 그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지 않았다.
특히 '아들 부시'의 동생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3부자 대통령' 기록에 도전했다가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에게 '망신'당하고 중도 하차한 뒤부터는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아버지 부시는 비공식 석상에서 '클린턴 지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고, 아들 부시도 공공연히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백악관은 부시 대통령 부자의 트럼프 비판에 즉각 반격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미국민은 특수 이익에 묶인 '평생 정치인' 대신, 진정하고 긍정적이며 필요한 변화를 수행할 능력이 있는 '아웃사이더'를 뽑기 위해 투표했다"며 "만약 미국민이 수십 년간 계속된 값비싼 실수에 관심이 있었다면 국민보다 정치를 우선하는 또 하나의 기성 정치인이 승리했을 것"이라고 트럼프 승리의 의미를 강조했다.
다른 백악관 관계자는 CNN방송을 통해 "한 정당을 해체해서 들여다볼 수 있다면 두 전직 대통령이 남긴 족적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그것은 미 역사상 최대 외교 실책 중 하나인 이라크 전쟁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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