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 미지의 '비밀공간' 논란…"새 발견 아니다"

입력 2017-11-05 19:26  

피라미드 미지의 '비밀공간' 논란…"새 발견 아니다"

국제 스캔 피라미드 미션 연구진 발표에 일각서 비판 목소리

"건설 디자인에 따른 자연적 요인" 분석도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이집트 카이로 외곽 기자 지역에 있는 쿠푸(Khufu)의 대(大)피라미드에 지금껏 드러나지 않은 '비밀의 공간'이 확인됐다는 학술계 발표로 실제 이러한 공간의 존재 여부를 두고 이집트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국제연구진 '스캔 피라미드 미션'(Scan Pyramids Mission)팀이 지난 2일 "대피라미드에서 길이가 30m 이상인 공간을 찾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시작됐다.

이 팀의 연구 결과는 저명한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리면서 세계적으로 비상한 관심을 일으켰다.

그러나 일부 이집트학 전문가와 이집트 고대유물부는 이러한 발표와 프로젝트 진행 방식 등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스캔 피라미드 프로젝트에도 참여한 자히 하와스 이집트학 학자는 "새로운 발견은 없었다"고 AFP 통신에 4일 밝혔다.

하와스는 "나는 스캔 피라미드 팀 연구진을 만나 그러한 결과를 들었다"며 "우리는 그들에게 '이것은 발견(discovery)이 아니다'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하와스는 또 "피라미드는 비어 있는 공간으로 가득한데 이것이 비밀의 방이 있다거나 새로운 발견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프로젝트는 공표되기 전 과학적 연구와 논의를 거쳐 과학적인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집트 고대유물부도 이번 발표가 성급했다고 비판했다.

모스타파 와지리 고대유물부 사무총장은 이날 이집트 일간 알아흐람과 인터뷰에서 "그들의 발표는 실수"라고 밝혔다.

그는 "그 프로젝트에 참여한 일부 전문가들은 피라미드 내 비어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새로운 발견이 아니라고 전했다"며 "그것은 이집트학 학자들 사이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캔 피라미드의 결과물은 먼저 과학자와 이집트학 학자들 사이에서 논의된 후 과학위원회에서 검토돼야 한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집트학 학자는 "그 스캔 피라미드 팀이 언론에 그 결과를 공개한 것은 이집트 고대 유물에 관한 법률과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피라미드 내 거대한 공간이 있다는 발표 내용 자체를 전면 부인하지는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이집트 정부의 승인이나 발표 없이 외국의 연구자가 먼저 공개한 것에 불만의 목소리를 낸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피라미드 내 공간은 건설 디자인에 따른 자연적 요인일지 모른다"며 "그 공간의 진짜 목적을 알려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앞서 '스캔 피라미드 미션'은 지난 2일 뮤온 입자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기존에 알려진 피라미드 통로(그랜드 갤러리) 위에, 이 통로와 유사한 공간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뮤온은 우주선(cosmic rays)이 대기와 충돌할 때 생기는 입자 중 하나다. 우주선은 우주에서 쏟아져 오는 고에너지 입자들을 뜻한다.

대피라미드는 약 4천500여 년 전(기원전 2509∼2483년)에 건설됐다.


gogo21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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