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전초전 伊시칠리아 지방선거서 우파후보 박빙 승리"

입력 2017-11-06 06:53  

"내년 총선 전초전 伊시칠리아 지방선거서 우파후보 박빙 승리"

출구조사 결과…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입지 강화될 듯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내년 봄 이탈리아 총선의 전초전으로 관심을 모은 시칠리아 섬의 지방선거에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지원한 우파 연합의 후보의 박빙 승리가 예상된다.

5일 투표 종료 직후 발표된 공영 방송 RAI의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파 연합의 넬로 무수메치(62) 전 노동부 차관은 35∼39%를 득표, 33%∼37%의 표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 제1야당 오성운동 소속의 잔카를로 칸첼레리(42)에 간발의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권 민주당 소속의 파브리치오 미카리 후보는 16∼20%의 득표로 3위, 올해 초 마테오 렌치 전 총리에 반발하며 민주당을 탈당한 인사들이 만든 좌파 정당 민주혁신당(MDP)의 클라우디오 파바는 7∼11%의 표를 얻어 4위에 머무는 것으로 조사됐다.

출구조사 결과가 6일 오전부터 시작되는 개표 결과로 그대로 이어질 경우 우파 연합은 지난 6월 제노바 등에서 치러진 지방선거 압승을 재현하는 동시에 이르면 내년 3월 시행될 총선에도 청신호를 켜게 된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 마테오 살비니가 대표를 맡고 있는 극우정당 북부동맹(LN), 조르지아 멜로니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당(FDI)이 손을 잡은 우파 연합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당 대표들이 시칠리아에 총출동해 무수메치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특히, 선거 직전에 펼친 유세에서 메시나 대교 등 시칠리아의 인프라 건설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는 등 표심 공략에 발벗고 나선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이번 선거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며 우파 진영에서의 입지가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창당 이래 최초의 주지사 배출을 노리던 오성운동은 간발의 차이로 분루를 삼키게 된다.

코미디언 출신 베페 그릴로가 2009년 창당한 오성운동은 이번 주지사 선거에서 이길 경우 정당 역사상 최초로 주지사를 배출하는 것이라 선거 수 개월 전부터 시칠리아에 각별히 공을 들여 왔다.

현재 시칠리아 주지사가 소속된 당인 집권 민주당은 민주혁신당과의 후보 단일화에 실패하며 좌파 진영의 표가 분산된 탓에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주지사 자리를 내주게 됐다.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총리직 복귀를 노리고 있는 마테오 렌치 전 총리는 "이번 선거는 지역의 문제를 다루는 선거"라며 선을 그었으나, 총선의 전초전 성격인 이번 선거의 완패로 입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총 유권자가 460만명으로 집계된 이번 선거에서는 오후 7시 기준으로 투표율이 36%를 간신히 웃돌았다. 이는 역대 지방선거 사상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2012년의 같은 시간대보다 1%포인트 이상 낮은 것으로, 유권자들의 무관심을 반영했다. 2012년의 최종 투표율은 47%였다.

이탈리아 20개 주 가운데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꼽히는 시칠리아 섬은 실업률이 22%로 이탈리아 전체 실업률의 2배에 이르고, 청년 실업률은 이탈리아 전체 실업률보다 20%포인트나 높은 57.2%에 달할 만큼 극심한 경제 침체에 시달리고 있다.

아울러 부패와 무능한 행정의 대명사이자 마피아 조직 범죄의 온상이라는 오명에서도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아프리카와 가까운 지정학적인 요건 상 최근에는 유럽 난민 위기의 최전선 역할까지 하며 신음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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