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한양도성] '아는 만큼 보인다'…박물관서 시작하는 도성산책

입력 2017-11-06 09:15  

[가을엔 한양도성] '아는 만큼 보인다'…박물관서 시작하는 도성산책

흥인지문과 마주한 동대문 한양도성박물관

일제 때 '경성운동장' 관람석으로 쓰인 성벽…동대문역사관서 '흔적 찾기'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600년 넘게 서울을 지켜온 한양도성의 역사를 잘 모른다 해도 성곽 길은 장쾌한 풍경을 옆에 두고 즐겁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그러나 한양도성에 대해 알고 걷는다면 탐방의 즐거움은 더 커진다. 도성 탐방을 시작하기 전 한양도성박물관이나 혜화동 전시안내센터 방문을 권하는 이유다.

◇ 한양도성 격동의 600년

흥인지문과 마주한 동대문성곽공원에 자리 잡은 한양도성박물관은 조선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도성의 역사와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이화여대 부속 동대문병원이 목동으로 이전하면서 남겨진 옛 건물을 리모델링해 2014년 개관했다.

박물관은 3층 상설전시실부터 둘러보는 게 좋다.

이곳에선 축소 모형을 통해 한양도성을 한눈에 내려다보고, 곡면 영상을 보며 18.6km의 도성을 사전답사하는 '디지털 순성 체험'을 해볼 수 있다.

한양도성을 개괄적으로 살펴본 뒤에는 도성을 어떻게 지었는지, 성문은 언제 여닫았는지 등을 알아볼 수 있다.


성곽 산책길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각자성석(刻字城石)에 대한 소개가 흥미롭다.

각자성석은 책임을 묻기 위한 일종의 공사실명제다. 한양도성은 180m씩 97개 구역으로 나눠 지었다. 구역 이름은 천(天), 지(地), 현(玄), 황(黃) 등 천자문 순서대로 매겼다.

조선 팔도 각지에서 인력을 동원했는데, 태조·세종 때는 성곽 돌에 공사 구간 명과 그 구간을 맡은 지역 이름을 새겼다. 영동, 남포, 동복 등 전국 각지의 지명이 성곽 돌에 새겨져 있다. 숙종 때는 감독관과 책임 기술자의 이름, 날짜까지 자세히 명기했다.

글자가 새겨진 성곽 돌인 각자성석은 박물관 3층에서 바로 연결되는 동대문성곽공원에 가장 많다. 성곽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각자성석을 이곳에 모아놨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근대화 과정에서 훼손되고, 복원된 한양도성 '격동의 세월'도 살펴볼 수 있다.

한양도성 사소문 중 하나인 혜화문은 일제가 도로를 정비한다는 명목으로 1928년 일부를 헐어 없앴고, 1939년에는 석축마저 완전히 철거했다.

이후 1994년 지금 자리에 복원됐으나 원래 위치에 도로(창경궁로)가 나 오른쪽 언덕으로 옮겨 짓는 바람에 원형이 크게 훼손됐다.

일제강점기에 철거된 후 사라졌던 돈의문 현판은 100여 년 만에 다시 한양도성박물관에서 공개됐다.





◇ 왕의 마지막을 배웅하던 흥인지문

한양도성박물관에선 상설전 외에도 수시로 기획전이 열린다.

지금은 조선 왕이 도성 밖 동교(東郊·동대문부터 아차산, 광나루 인근을 아우르는 조선식 지역 구분법)로 행차할 때 이용했던 흥인지문을 조명하는 '흥인지문, 왕을 배웅하다' 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는 1776년 열린 영조의 국장과 1872년 고종의 동구릉 능행 행렬을 조명한다.

약 27개월간 진행된 영조의 국장 과정은 '왕의 마지막 길'이라는 주제로 자세히 소개된다. 영조의 재궁(梓宮·임금의 관)을 실은 상여가 흥인지문을 지날 때 아치(홍예) 높이가 상여 크기와 맞지 않아 문지방 박석을 빼야 했다고 한다.

영조가 묻힌 곳인 원릉으로 향하던 고종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고종은 즉위 후 매년 가을 능행길에 올랐는데, 1892년엔 조선 개국 500주년을 맞아 익종의 수릉(綏陵)·태조의 건원릉(健元陵)·선조의 목릉(穆陵), 영조의 원릉 등을 두루 찾았다.

이때 왕의 행렬을 준비하기 위해 정비된 도로, 구경나온 백성들의 모습을 19세기 말 한양을 방문한 서양인의 기행문을 통해 볼 수 있다.


◇ 동대문운동장 철거 과정서 모습 드러낸 이간수문

박물관이 한양도성 낙산 구간의 끝 부분에 있기에 관람을 마치고 낙산 또는 흥인지문 쪽으로 탐방을 나서기 좋다.

낙산 구간은 혜화문∼흥인지문까지 이어지는 2.1km의 길이다. 낙산의 정상(126m)인 낙산공원까지는 오르막이지만 경사가 완만해 산책하듯 걷기 좋다.

낙산공원을 사이에 두고 벽화 마을로 유명한 이화마을과 장수마을을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다.

낙산이 아니라 흥인지문 방면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면 동대문역사문화공원 내 '동대문역사관'에서 한양도성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다.

조선 후기 동대문역사공원 자리에는 수도 한양의 수비를 맡았던 훈련도감의 별영(하도감)과 화약제조 관서(염초청)가 있었다.

일제는 1925년 일본 왕세자의 결혼을 기념해 이곳에 경성운동장을 지었는데, 한양도성 성벽을 이용해 관중석을 만들었다. 경성운동장은 해방 후 서울운동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동대문운동장'이 된다.

2007년 지금의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땅속에 묻혀있던 한양도성 성벽 일부와 이간수문 등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지대가 낮은 동대문 부근에는 남산에서 발원한 물이 도성 밖으로 빠져나가는 수문 2개가 있었는데, 남쪽에 설치된 두 칸짜리 문이 이간수문이다. 현재 이간수문은 복원된 한양도성 성곽 밑에서 원형 그대로 서 있다.

동대문운동장 철거 때 출토된 유물들은 동대문역사관에서 볼 수 있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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