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당일 범행 사실 듣고도 신고 안 해…"남편이 겁났다"
(용인=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경기 용인 일가족 살해사건을 수사 중인 용인동부경찰서는 이 사건 피의자 김모(35)씨의 아내 정모(32·여)씨를 상대로 남편의 범행을 알고도 신고나 자수를 권유하지 않은 이유를 조사하는 등 범행 공모 혐의를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6일 존속살인 및 살인 등의 혐의로 지난 4일 구속한 정씨에 대한 구속 후 첫 조사를 진행했다.
정씨는 남편 김씨가 지난달 21일 어머니 A(55)씨, 이부(異父)동생 B(14)군, 계부 C(57)씨를 살해한 사건과 관련, 범행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자진 귀국할 당시 이 사건에 대해 몰랐다고 주장했던 정씨는 이어진 조사에서 사건 당일 저녁 범행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으로부터 시댁 식구를 살해한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정씨는 남편이 계부 C씨의 시신을 렌트 차량 트렁크에 싣고 머물던 콘도로 돌아온 사실도 알고 있었다.
경찰은 왜 경찰에 신고하거나 자수를 권유하지 않았는지 캐물었으나 정씨의 진술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정씨는 "남편이 나와 두 딸(7개월·2세)에게도 위해를 가할까 봐 겁이 났다"는 취지의 진술을 이어갔다.
그러나 경찰은 같은 날 오후 두 사람 사이에 범행을 암시하는 듯한 대화가 오간 점에 비춰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남편이 갑자기 구해온 거액의 출처에 대해 별다른 의심하지 않았다는 정씨 진술에 대해서도 진위를 파악하고 있으며, 두 사람이 뉴질랜드로 출국하기까지의 행적도 살펴보는 중이다.
남편 김씨는 범행 후 어머니 A씨 계좌에서 1억2천여만원을 빼내 10만 뉴질랜드달러(한화 7천700여만원)를 환전, 도피자금으로 썼다.
정씨는 자진 귀국 당시 소지하고 있던 3만5천 뉴질랜드달러(한화 2천700여만원)가 출국 당시 환전한 돈의 일부임을 인정했다.
다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얻게 된 범죄 수익금인 줄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씨는 "남편이 할아버지로부터 유산을 상속받을 게 있다고 했고,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그동안 받지 못한 월급을 받았다고 해서 의심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밖에 경찰은 두 사람 사이에 지난 8월께부터 뉴질랜드로 건너가자는 대화가 오간 것으로 보고 범행 계획 시점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후 첫 조사였으나 진술에 큰 변화는 없었다"며 "그동안의 진술에 모순점이 있는지 짚어보고, 진위를 가려내겠다"고 말했다.
한편 범행 후인 지난달 23일 남편과 함께 뉴질랜드로 출국했던 정씨는 지난 1일 두 딸을 데리고 자진 귀국했다. 남편 김씨는 과거 저지른 절도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돼 구속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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