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패퇴 후 가열되는 이란-사우디 각축전

입력 2017-11-06 10:50  

IS 패퇴 후 가열되는 이란-사우디 각축전

시리아-예멘-이라크 이어 레바논으로 파장 확대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중동의 패권을 둘러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다툼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종교적 라이벌인 수니와 시아파의 영수로서 이들 양국 간 대립이 이슬람 급진세력인 이슬람국가(IS)의 몰락을 계기로 다시금 본격화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 분석했다.

시아파 영수인 이란은 종교계의 감독을 받는 의회제라는 정치체제를 내세우고 있으며 수니파의 지도국 사우디는 왕정을 고수하고 있다.

공동의 적이었던 IS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사실상 붕괴 상태에 이르면서 양국이 다시금 본래의 적인 상대방을 향한 공세에 나서고 있다.

특히 대이란 강경파인 모하마드 빈살만(MbS) 왕세자가 사실상 사우디 권력을 장악하면서 상대방의 거점을 잠식하기 위한 투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레바논의 사드 알 하리리 총리가 4일 사우디에서 시아파에 의한 자신의 신변위협을 이유로 전격 사임을 발표한 것은 레바논이 예멘에 이어 또 다른 이란-사우디 대리 각축장이 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레바논은 그동안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수니파의 지지를 받는 하리리 총리, 그리고 헤즈볼라와 가까운 마론파 기독교 세력 등 다양한 종파 구도 속에 불안한 평화를 유지해왔다.

사우디는 또 예멘의 친이란 반군인 후퇴세력이 사우디 리야드 공항으로 탄도 미사일 공격을 가해왔으나 도중 차단했다고 발표했다. 후티 세력의 사우디 미사일 공격은 갈수록 그 범위가 사우디 내륙으로 깊어지고 있다.

정치적 위기 자문기구인 유라시아 그룹의 클리프 쿱찬은 WSJ에 사우디와 이란이 IS의 몰락을 계기로 '수니와 시아의 분열이라는 중동의 큰 게임'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우디의 실권자 빈 살만 왕세자가 지난 주말 지도층에 대한 또 다른 숙청작업을 통해 자신의 권력을 다진 것은 그가 예멘 내전 개입과 친이란 태도를 이유로 카타르와의 단교를 주도한 강경파라는 점에서 향후 이란과의 강경 대치를 예고하고 있다.

시리아에서도 양측의 대치는 여전하다. 공동의 적이었던 IS가 붕괴에 이르면서 양측은 최후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이란과 아사드 정권 타도를 외치면서 지난 6년간 투쟁해온 수니파 반군을 지원하는 사우디의 결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문간 격인 인접 바레인에서도 시아파에 의한 정국 소요 가능성에 대해 사우디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측의 경쟁이 격화하면서 사우디와 수니파 아랍국들은 석유 자금력을 앞세워 지역국들에 대한 포섭에 나서고 있으며 이란은 무기 수출과 혁명수비대를 통한 군사훈련 지원, 상황에 따른 직접적인 군사개입 등을 통해 이란식 통치방식의 확산을 모색하고 있다.

'포스트 IS' 이후 이란의 핵심 목표는 시리아와 이라크를 거쳐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기타 지중해 연안 친이란 세력과의 연결로를 확보하는 것이다. 중동에 친이란 시아파 벨트를 구축하는 것이다.

시리아와 이라크를 통한 지상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이란의 시도는 앞서 반이란 연대 지지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입장과 대치되는 것이다.

이란의 세 확산 저지에 부심하고 있는 사우디는 수단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 이란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한편 시아파가 장악하고 있는 인접 이라크를 역시 이란 세력권으로부터 이탈시키기 위해 외교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달 27년 만에 처음으로 이라크와 직항 노선을 개설했다.

워싱턴 소재 민주주의수호재단의 이란 전문가 베남 벤 탈레블루는 사우디가 IS 패퇴 후 지역 세력 구축을 위해 미국과 공조에 나설 것이며 이라크가 그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또 이란이 예멘 내전을 이용해 당분간 사우디 측에 최대한 출혈을 부추기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예멘의 후티 반군을 지원하려는 이란 측과 이를 차단하려는 사우디와 미국, 아랍에미리트(UAE)의 각축전이 계속되고 있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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