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역외수용 난민 문제로 충돌…"호주인 먼저 챙겨라" 공격받아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 출신의 할리우드 배우 러셀 크로(53)가 호주 당국 및 일부 호주인들과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파푸아뉴기니 마누스 섬의 호주 역외 난민시설이 지난달 31일 공식 폐쇄됐으나 수용자 약 600명이 퇴거를 거부, 식량과 식수, 전기도 없이 지내는 상황을 놓고 양측이 정면으로 충돌했기 때문이다.
6일 호주 언론에 따르면 크로는 지난 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마누스 섬의 상황을 놓고 호주의 "국가적 수치"라고 글을 올렸다. 크로는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4살 때 호주로 이주한 뒤 대부분을 호주에서 보냈다.
크로는 "목숨들이 어정쩡한 상태에 있다. 목숨들이 공포와 절망 속에 살고 있다"며 욕설을 섞어 "이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썼다.
크로는 이어 이들 난민 중 6명을 받아들여 거처를 제공하고 일자리도 찾아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크로의 의견에 많은 호주인이 공감을 표시했지만, 일부는 특히 난민 일부를 떠맡겠다는 대목에 강하게 비난했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러셀 크로는 호주 실업자들의 일자리를 먼저 찾아야 한다. 그 기간에 거처를 마련해주고 실업수당도 제공해야 한다"라고 썼다.
그는 또 "크로는 그들이 만일 테러를 하면 책임을 져야 하며, 그들의 다른 가족들도 책임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소셜미디어 이용자는 "자선은 자기 나라 사람부터 시작해야 하며, 우리에게는 먹거나 난방할 처지도 안 되는 노인들이 있다"라고 반발했다.
호주 이민부 대변인도 구체적인 실행 계획도 없이 말이 앞선 것이 아니냐며 크로를 향한 비판에 가세했다.
이민부 대변인은 "필요한 비자도 없이 난민들을 어떻게 재정착을 시키려 하는지"라고 되물었다.
자신을 향한 거센 비난에 크로는 발끈하며 5일 다시 글을 올렸다.
크로는 "계속해서 어리석은 기사들을 쓰고, 욕설을 보내고, 나를 순진하다고 해봐라"라며 "호주가 마누스 섬에 있는 사람들에게 하는 일이 끔찍하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라고 받아쳤다.
크로는 또 이들 난민 중 한 명이 자신의 친척이라면 어떻게 느낄지를 생각해보라며 "세계는 호주를 지켜보고 있고, 우리는 나쁜 X(assholes)으로 비칠 것"이라고 적었다.
한편,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5일 재신더 아던 뉴질랜드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마누스 섬의 난민 중 150명을 수용하겠다는 뉴질랜드 측의 제안을 거부했다. 호주 정부는 뉴질랜드의 제안을 수용할 경우 나쁜 선례가 될까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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