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박정희 정권에서 남북한 유엔(UN) 동시 가입을 주장했다가 옥살이를 한 김준희 전 건국대 교수가 별세했다. 향년 92세.
6일 유족과 건국대 등에 따르면 김 전 교수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1959년 프랑스 소르본대학으로 유학, 11년간 정치학을 연구하고 한국에 돌아왔다.
김 전 교수가 소르본대에서 딴 박사학위 논문의 주제는 '한반도의 재통일 문제와 그 기원'이었다.
1972년 건국대 정치외교학과에서 교편을 잡은 김 전 교수는 그해 10월 한 월간지가 주최한 강연에서 "한반도 내 긴장을 완화하고 재통일하려면 남북이 유엔 동시 가입을 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인해 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비슷한 시기에 김 전 교수가 '통일연구' 창간호에 게재한 논문 '삼국 쇄국성과 우리 조국의 재통일 문제'에서 같은 취지의 주장을 펼친 것에도 반공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김 전 교수는 1973년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자격정지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풀려나긴 했지만, 대법원도 김 전 교수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당시 항소심 변호를 맡았던 한승헌 변호사는 저서 '권력과 필화'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1973년 6·23 외교선언 특별방송에서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하길래, 김 교수는 박 대통령이 천명한 유엔 동시 가입론의 선구자인데 상은 못 줄망정 형벌이 웬 말이냐는 식으로 무죄 주장 논리를 폈었다"고 회상했다.
김 전 교수의 딸 유숙 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아버지가 옥살이하고 난 후에도 반공법 위반 등의 이유로 가택연금을 당해 1년 가까이 집 밖을 나가지 못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의 주장은 20여 년이 흐른 뒤 현실이 됐다. 1991년 9월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것. 김 전 교수는 그해 정치외교학장까지 지낸 건국대에서 명예퇴임했다.
유족으로는 딸 유숙 씨, 사위 장윤종(전 코오롱상사 근무) 씨, 자부 이상희(초등학교 교사) 씨 등이 있다.
빈소는 건국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04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7일, 장지는 경기도 포천시 평화묘원 납골당. ☎ 02-2030-7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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