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종교계 불만 직면하겠으나 결국 동맹관계 회복"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마드 빈살만 알사우드(32) 제1왕위계승자(왕세자)가 권력을 다져나가며 성직자들을 길들이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빈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반(反)부패위원회가 최근 부패 척결을 앞세워 왕자 11명과 현직 장관 4명 등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이런 동향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NYT는 빈살만 왕세자가 정적을 불구로 만들고 재계에 충성하라는 경고를 보내는 중에 보수적인 이슬람 지도자들이 존재감이 실종된 점을 주목했다.
실제로 사우디의 원로 종교학자 위원회는 '이슬람법이 우리에게 부패와 싸도록 가르쳤다'며 이번 체포를 지지했다고 강조했다.
NYT는 "종교 기득권을 굴복시키는 것은 왕세자가 사우디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한 수단을 확보하는 노력의 중요한 일부"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빈살만 왕세자가 정적 숙청과 함께 최근 잇따른 개혁조치로 성직자들의 힘을 빼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우디 내각은 작년 4월 고압적 태도를 보여온 종교경찰의 체포권을 제한하는 안을 승인했다.
사우디 종교경찰은 이슬람 율법을 집행하기 위한 별도의 치안 조직으로, 보통 사복으로 입고 활동한다.
최근 사우디 스포츠청은 내년부터 여성이 스포츠 경기장에서 열리는 운동 경기를 관람할 수 있게 허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월 사우디 정부는 국왕 칙령으로 내년 6월까지 여성의 운전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가 종교적 관습으로 여성의 사회활동을 매우 제한해왔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신문은 사우디 당국이 수십 명의 강경파 성직자들을 구금하고 성직자들이 다른 종교에 대한 존경을 공개 표명하도록 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빈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상명하달 방식의 변화가 앞으로 거대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부라이다 지역의 한 성직자는 공공행사에서 남녀가 함께 어울리고 음악을 즐기는 것을 지목하며 "그런 것을 허용한다는 점이 확실히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 성직자는 "무엇이든 그 안에 죄악이 있는 것들, 전지전능한 신을 화나게 하는 것들은 문제"라고 자신의 사고방식을 설명했다.
프랑스의 중동학자인 스테판 라크루아는 성직자들의 불만이 많지만 행동으로 옮길 개연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라크루아는 "빈살만 왕세자는 이미 약해진 종교적 기득권층과 싸우려고 한다"며 "와하비즘(사우디 건국의 근간이 된 강경 보수성향의 이슬람 원리주의) 성직자 대부분은 지금 벌어지는 일에 불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성직자들 입장에서 왕가와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들이 저항한다면 잃을 게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신문은 1700년대 사우디 왕국이 등장할 때부터 왕족과 성직자들의 동맹관계가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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