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실무총책' 허현준 전 행정관 구속기소…공소장에 공범 적시
전경련 '팔 비틀어' 지정 보수단체에 69억 지원…세월호 특조위 해체 시위도 조종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고동욱 기자 =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통해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한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정무수석 등 청와대 간부들이 범행을 공모했다고 결론짓고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보수단체 지원의 '실무 책임자' 격인 허현준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을 6일 구속 기소하면서 청와대 주요 간부들을 공범으로 공소장에 적시했다.
검찰은 이날 구속기소한 허 전 행정관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국가공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그는 우선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청와대 간부들과 공모해 전경련이 수십 개 보수단체에 총 69억원을 지원하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청와대가 정무수석실 주도로 특정 보수단체들을 일방적으로 지정해 전경련에 자금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했다. 청와대는 전경련이 일부 단체 관계자들의 자금 횡령 사실을 발견하고 증빙 자료를 요구하자 이를 묵인하고 계속 자금 지원을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경련 실무자는 지원 대상이던 한국대학생포럼의 사업 계획이 부실하다고 지적하고 나서 좌천성 인사 보복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검찰은 특히 보수단체 자금 지원과 관련해서는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박준우·현기환 전 정무수석 등이 범행을 공모했다는 내용을 공소장에 포함했다.
허 전 행정관은 보수단체인 월드피스자유연합을 움직여 야당 정치인 낙선운동 등 불법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허 전 행정관이 이 단체 대표와 공모해 2015년 12월부터 작년 6월까지 20회의 야당 비판 시위를 벌인 것으로 본다. 특히 허 전 행정관은 당시 시위대의 성명서 등을 직접 받아 메일로 수정한 사실이 검찰 수사결과 밝혀졌다. 또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월드피스자유연합이 28명의 야당 국회의원을 상대로 낙선운동을 벌이는 과정에도 허 전 행정관이 배후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허 전 행정관은 이 무렵 월드피스자유연합 대표로부터 세월호 특조위 해제 촉구 시위 계획을 보고받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단체는 전경련 지원금과 별도로 2015년 10월부터 작년 3월 사이 1억2천만원의 특별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는 "공적 권력을 이용해 민간 영역 지원을 강요하고 불법 선거 개입, 민주적 여론 형성 붕괴, 헌정 질서 침해로 이어져 사안이 중대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보수단체 자금 몰아주기와 관제 시위 주문이 허 전 행정관 개인이 주도한 것이 아니라 청와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기획된 것으로 보고 당시 공소장에 공범으로 적시된 청와대 간부들을 상대로 공모·지시 관계를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아울러 7일에는 퇴직 경찰관들의 모임인 대한민국재향경우회의 구재태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다른 보수단체를 지원했거나 전경련 등의 지원을 받아 불법 정치관여 활동을 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 공모관계 수사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포함될지에 대해서는 "추후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수석 등을 조사한 이후에 종합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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