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연합뉴스) 류정엽 통신원 = 대만 야당 국민당이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 등을 위해 발의한 법안이 집권 민진당의 냉담한 반응으로 장기간 표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진당이 국민당 정부 시절의 계엄 당시 과거사를 재조명하는 차원에서 앞서 발의한 '역사 바로세우기' 입법안에 국민당이 제동을 건 데 맞서 위안부 법안 처리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대만 연합보 등에 따르면 야당인 국민당의 랴오궈둥(廖國棟) 입법위원(국회의원)이 최근 '위안부 명예회복 및 배상조례' 초안을 입법원에 제출했다.
국민당이 내놓은 조례안에는 군 위안부에 대한 배상금액 및 권리와 위안부 인권 기념일 제정 내용이 담겨 있다.
국민당의 랴오 위원은 현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가족들과 함께 일본 정부에 공개 사과 및 배상을 요구하고 위안부 피해 현황을 조사해서 고통의 역사를 치유하고 영혼을 위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당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민진당은 "발의된 법안을 존중한다"면서도 "민진당이 추진 중인 '역사 바로세우기' 법안을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만 정부와 민진당은 지난해 5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취임 한달 만에 '역사 바로 세우기' 법안 초안을 발의하고 입법원 사법법제위원회 심의를 통과시켰으나 이후 국민당 측의 거센 반발로 지금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 법안은 1945년부터 1991년까지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패퇴한 이후 일당 체제하의 계엄령이 진행됐던 '백색테러' 기간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대만이 일본에 지배당한 기간은 포함되지 않았다.
대만은 1952년 일본과 평화조약을 체결한 이후 일본에 대한 배상청구를 포기하면서 일제 시대 일본의 만행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대만 정부여당은 중국의 외교압박과 경제제재와 맞물려 일본과 관계를 강화하는 친일 행보를 강화하고 있는 중이다.
대선 기간 "위안부 문제는 역사적 비극으로 당장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던 차이 총통은 당선 이후로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셰장팅(謝長廷) 일본 주재 대만대표처 대표는 입법원 보고에서 "위안부 문제는 국민 감정이나 당사자의 권익, 국가 전략 등과 관련돼 있는 문제로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2차 대전 당시 대만에서는 2천여 명이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된 것으로 전해지며 지금까지 피해사실을 밝힌 대만인 여성은 58명이며 이중 생존자는 2명뿐이다.
대만은 연내 일본과 고위급 경제무역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일본과 경제동반자협정(EPA) 체결을 추진하고 있는 대만은 일본이 요구하고 있는 후쿠시마(福島) 원전 지역의 농산물 수입 재개도 긍정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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