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것을 얻으려 시도" <가디언>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지난 일요일 새벽 전격적으로 단행된 모하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숙청'작업은 중동에서 보기 드문 '정치적 위험을 수반한'모험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5일 논평했다.
가디언은 빈살만 왕세자가 자신이 추진 중인 개혁과 권력 강화를 위해 사우디 내 가장 강력한 인물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가 비밀리에 일요일 새벽 전격적인 숙청을 감행한 것은 한편으로 (그의 개혁정책에 대한) 반대파 결집 움직임을 간파한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정재계 유력 인물들의 체포가 부패 척결을 위한 그의 결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내세우고 있으나 숙청 불과 수 시간 전 발족한 새로운 반부패기구가 독립적인 결정을 내렸을 것으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이번 전격 숙청의 목표가 사우디내 보안세력을 자신의 휘하에 통합하는 데 있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빈살만 왕세자가 지난 6월 궁정쿠데타를 통해 실권을 장악한 후 여성에 대한 운전허용과 영화관 개방, 관광 진흥, 그리고 석유 이후 경제 준비 등 놀랄만한 개혁을 추진해 왔으나 한편으로 모순된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기업 공개 등 국유자산 매각을 통해 조성된 재원으로 신도시를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설명회에 참석했던 많은 사업가가 현재 통신망을 단절당한 채 리츠 칼튼 호텔에 연금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또 그가 보여준 일요일 새벽 비밀리에 전격 감행한 숙청작업은 국제투자가와 협상 상대 등을 안심시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외교적으로도 예멘 내전 개입과 카타르 단교 등 이란을 견제하기 위한 강경 노선을 그가 주도하고 있는 점도 지적됐다.
가디언은 빈살만 왕세자가 이론상으로 반세기 동안 왕위를 유지할 수 있으나 문제는 그가 오랜 재위 기간 사우디를 성공한 현대국가로 만들기 위한 성숙함과 일관성을 보여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가 추진 중인 일련의 정치, 경제, 사회적 개혁은 가장 보수적인 아랍국가인 사우디와 같은 나라에서 혁명적 수준에 해당한다면서 그가 너무 짧은 기간 내에 너무 많은 것을 이루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디언은 빈살만 왕세자의 이번 숙청은 그 대상을 볼 때 마치 테리사 메이 총리가 자신이 내각을 해고한 것과 같은 것이라면서 증시가 일단 숙청의 충격에서 벗어났으나 '토요일 밤'의 반향은 이제 막 시작된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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