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유해 발견을 대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두렵고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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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광주교도소 북쪽 담장 주변에서 5·18 행방불명자 암매장 추정지 발굴이 본격화됐다.
발굴 작업이 한창인 현장에선 5·18 기념재단 김양래 상임이사와 김후식 5·18 부상자회 회장은 행방불명자를 찾게 되리라는 기대와 함께 잔혹한 역사적 진실이 눈 앞에 펼쳐질까 봐 두렵다고 긴장된다고 말했다.
전날까지 콘크리트와 잡초 등 장애물을 모두 거둬낸 현장에서는 굴착기가 이른 아침부터 겉 토양을 거둬내느라 디젤엔진의 짙은 매연을 쏟아냈다.
재단 측은 가장 유력한 암매장지로 지목된 교도소 동북쪽 40m 구간을 1단계 발굴지역으로 정하고 땅을 파 내려갔다.
총 발굴지역은 117m인 발굴지역을 40m씩, 모두 3단계로 나눠 진행된다.
단계마다 모두 4일씩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굴착기의 삽이 좌우로 스쳐 지나는 것을 무심하게 비켜선 대한문화재연구원 직원들과 현장작업자들 10여명은 세월과 함께 굳게 다져진 땅을 호미와 삽 하나로 벗겨내듯 긁어냈다.
나뭇가지와 쓰레기가 엉긴 흙을 맨눈으로 확인하며 조심스럽게 퍼내기를 한나절, 작업을 멈추게 하는 장애물이 나타났다.
애초에 땅속에 파묻혀 있으리라 예상되지 않은 성인 팔뚝 굵기의 배관 5개가 무더기로 발굴 현장 땅에서 튀어나온 것이다.
당황한 발굴 작업자들은 5·18 재단 측과 긴급하게 연락을 취했고, 이날 오전 광주시 행정사무감사를 받던 재단 관계자들은 한달음에 달려와 장애물이 교도소 관사로 향하는 통신·상수도관임을 확인하기도 했다.
법무부와 협의해 위험성이 없다면 제거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재단 측과 발굴 작업자들은 땅속에서 튀어나온 배관을 피해 다시 힘찬 호미질을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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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자들은 이렇게 1∼1.5m까지 파 내려가 1980년 5·18 당시 암매장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행방불명자의 흔적을 찾는다.
땅을 파 내려갈수록 달라지는 흙의 색깔과 상태는 땅이 암매장지로 쓰였는지를 방증하는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장을 감독하는 대한문화재연구원 소속 직원들이 작업자들이 행여나 깊이 호미질하면 '엷게 파내라'고 지시하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발굴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몰려든 취재진을 두고 발굴 관계자는 "관심이 많아 부담스럽다"고 밝히기도 했다.
5·18 기념재단 김양래 상임이사는 "유해를 발견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며 "마음이 두렵고, 무겁다"고 밝혔다.
5·18 부상자회 김후식 회장은 "역사적인 일이기에 마음이 벅차고 떨린다"며 "성과를 기대하고 마음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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