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한국 사람 만들기Ⅰ'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남북한이 분단된 상황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규정하기란 쉽지 않다. 상이한 체제가 70여 년간 지속하면서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발전시켜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반도에 거주하던 많은 사람이 세계 각지로 이주하면서 '한국인'의 공통된 특질을 논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언어, 이념, 종교, 민족 등으로는 한국인을 묶을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에서 공부한 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 사회과학국장을 지낸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이 '한국인은 누구인가'라는 난해한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아 나섰다.
함 원장은 "한국 사람이라는 호칭이 최초로 등장한 것은 1897년 12월 2일자 독립신문"이라며 "아직도 무엇이 한국다움인지, 무엇이 한국 문화인지에 대한 논쟁이 진행 중"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그는 신간 '한국 사람 만들기Ⅰ'에서 한국 사람 이전에 존재했던 '조선 사람'의 특징을 분석하고, 근현대사와 지정학적 관점에서 뽑아낸 5가지 담론으로 한국인의 정체성 형성 과정을 설명한다.
저자가 보기에 조선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은 여전히 현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성리학을 받아들인 조선은 삼강오륜에 바탕을 둔 친족 중심주의를 사회에 퍼뜨렸다. 사회에서 만나 친해진 사람을 '형'이나 '언니'라고 부르고, 세상을 떠난 조상을 위해 제사를 지내는 것은 성리학 담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렇다면 조선 이후에 나온 한국인 담론은 무엇일까. 저자는 '친중 위정척사파', '친일 개화파', '친미 기독교파', '친소 공산주의파', '인종적 민족주의파'를 꼽는다.
그는 굳이 친중, 친일, 친미, 친소라는 용어를 붙인 데 대해 "한국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사상과 이념은 모두 외부에서 도래했다"며 "이념과 사상이 외래의 것이라고 해서 설득력이나 객관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친중 위정척사파는 친명반청 사상을 추구했고, 친일 개화파는 급진 개혁을 원했으며, 친미 기독교파는 개화파였다가 일제의 조선 침탈이 표면화하면서 기독교로 개종한 사람들이라고 주장한다.
또 친소 공산주의파는 반제국주의와 반자본주의를 주창한 공산주의를 수용했으며, 인종적 민족주의파는 '혈통'을 강하게 믿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5가지 담론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한국인을 만들었다면서도 "지금은 민족주의가 한국인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가장 강력한 담론이자 가장 크게 도전받고 있는 담론"이라고 역설한다.
'한국 사람 만들기'는 모두 5권으로 구성되며, 이번에 출간된 1권에는 서론과 친중 위정척사파에 대한 분석이 실렸다.
아산서원. 450쪽.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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