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재단 "교도소 배관 매설로 유해 옮겼을 가능성 확인 안 돼"

입력 2017-11-06 17:23  

5·18재단 "교도소 배관 매설로 유해 옮겼을 가능성 확인 안 돼"

12명 암매장 추정 교도소 북쪽 발굴에 전력…12일 이상 소요 예상

"'직접매립' 양심고백 나온 교도소 남쪽도 정밀조사"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김양래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6일 "3공수여단 지휘관의 약도에 12명이 묻힌 것으로 기록된 지점에서 흔적을 꼭 찾는다는 신념으로 작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1989년 평민당 광주특위를 찾아와 시신을 직접 매립했다는 양심고백이 나왔던 교도소 남쪽에 대한 조사 방침도 내놨다.

이날 발견된 배관을 매설하면서 유해를 옮겼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인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상임이사는 이날 5·18 행방불명자 흔적을 찾기 위한 발굴이 시작된 옛 광주교도소에서 현장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설명했다.

다음은 김 상임이사와 발굴 현장 실무 책임자인 정 일 대한문화재연구원 실장과의 일문일답.


-- 오늘 첫 발굴을 시작하는 곳은 어떤 곳인가.

▲ (김양래 상임이사) 전체 120m 구간을 40m씩 끊어 3단계로 진행하는데 오늘 시작한 곳은 교도소 북쪽 담장 외곽에 있는 재소자 농장터다. 당시 3공수여단 본부 소속 김모 소령이 1995년 검찰 조사에서 '시신 12구를 2구씩 포개서 묻었다'고 진술한 곳으로, 그가 기록한 약도를 토대로 현장 조사한 결과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 교도소 내 다른 암매장 추정지는 어디인가.

▲ (김양래 상임이사) 3공수여단 11대대 병장이었던 이모씨가 1989년 1월 평민당 광주특위를 찾아와 교도소 남쪽이자, 관사에서 바라보면 서쪽에 5구를 직접 매립했다고 양심고백을 했다. 같은 해 9월 11대대 소령 김모씨도 비슷한 증언을 했다. 오늘 발굴하는 곳과 반대편인데 나무들이 많이 자라 있어 조금 더 정밀하게 조사해서 특정하려 한다.

-- 발굴 작업은 어떤 방식으로 하는가.

▲ (김양래 상임이사) 시신을 매장한 구덩이가 발견될 때까지 1∼1.5m를 손으로 걷어내며 파고들어 간다. 1차로 세밀하게 특정한 좁은 지역을 작업한 뒤 성과가 없으면 2차로 영역을 넓힌다. 12명이 묻혔다는 구덩이라도 찾으려는 신념으로 작업할 것이다.


-- 현재까지 진행 상황은. 땅속에서 배관이 발견됐는데.

▲ (김양래 상임이사) 지난 4일 바닥면의 콘크리트 제거가 끝났고 오늘 표토를 걷었는데 상수도관, 통신관으로 보이는 배관이 나타나서 확인하고 있다. 배관이 현재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면 절단하고 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다.

▲ (정 일 실장) 서쪽 경사부터 동쪽으로 내려가며 조사하던 중 지표면 25cm 깊이에서 54mm 두께 PVC 관 등 배관 5개가 발견됐다. 깊은 곳은 60∼70cm 아래에 매설됐으며 가능하면 제거하고 더 깊이 하강 조사할 예정이다. 현장에 눈금(그리드·Grid)을 설치해 10m 단위로 4개 둑을 남길 것이다. 유해가 이장되거나 흙이 다시 파진 과정을 살피려고 둑을 설정하는 것이다.

-- 구덩이 흔적은 어떻게 확인 가능한가. 한 번 파헤쳐졌던 곳은 토양의 색깔이 다른가.

▲ (정 일 실장) 바닥면의 기반토는 노란색이지만 파고 다시 묻은 흙은 검정색 계열로 색이 혼탁하다. 20∼30년이 지나도 색이 선명하게 구분된다. 토양 상태로 미뤄 기반토가 깊지 않은 곳에서 발견될 것으로 예상한다. 가스관은 1999년에 매설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스관은 보통 70cm 깊이로 매설한다.

-- 40m씩 총 120m를 조사하는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가.

▲ (정 일 실장) 폭 3m 길이 9m 구덩이를 하루 한 개씩 끝내는 것을 목표로 조사한다. 즉, 40m 구간 3곳을 각각 4일씩 총 12일 하는 셈이다. 깊이가 깊으면 시간이 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 어느 정도 깊이로 매장됐을 것으로 보는가.

▲ (김양래 상임이사) 매장 깊이는 1m 내외일 것으로 추정한다. 1980년 5월 31일 8구의 5·18 희생자 시신이 발굴됐을 때 15대대 관계자 얘기를 들어보면 지표로부터 1m 깊이에서 발견됐다. 그때는 시신을 묻은 지 얼마 안 됐지만 지금은 37년이 지나 육탈이 되고 유해만 흩어져서 더 깊은 곳에 있을 수도 있다. 이곳은 한 구를 묻고 그 위에 겹쳐서 묻었다고 하니 1m 50cm까지는 파봐야 한다고 판단된다.

-- 지중탐사레이더 등 최첨단 탐사 장비를 투입하겠다고 했는데.

▲ (김양래 상임이사) 흙 자체가 교란돼(흩어져) 있어 그 부분은 검토해봐야 한다. 발굴지점이 특정된 북쪽 외에 다른 곳도 범위가 좁혀지고 여건이 되면 지중탐사하려고 한다. 국방부에는 첨단 장비가 없고 민간에서 땅속탐사레이더(GPR·Ground Penetrating Radar)를 섭외했는데 평지에서는 효과가 있지만 울퉁불퉁한 지역은 효과가 없다고 한다. 주로 싱크홀을 발견하려고 땅속에 주파수를 보내 공간을 확인하는 용도로 많이 쓰인다.

-- 배관 매설하면서 유해를 옮겼을 가능성도 있나.

▲ (김양래 상임이사) 그것은 확인되지 않았다. 최소한 한 개 이상의 유해가 묻힌 구덩이를 찾는 것이 목표다.

areu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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