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대기업 개혁, 순리대로 하는 게 좋다

입력 2017-11-06 20:20  

락토핏 당케어 광고 이미지
난각막NEM 광고 이미지
[연합시론] 대기업 개혁, 순리대로 하는 게 좋다

(서울=연합뉴스) 최근 들어 정부의 대기업 개혁 요구가 부쩍 거세지자 재계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5대 그룹 전문경영인이 가진 간담회에서는 상당히 불편한 상황이 연출됐다. 원래는 김 위원장이 재계에 더 적극적으로 개혁에 나서줄 것을 당부하려고 마련한 자리였다. 그런데 김 위원장의 발언 수위는 예상 밖으로 높았다. 김 위원장은 "기업들의 자발적인 개혁 의지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이 든다"면서 대기업 공익재단 전수조사, 지주회사 수익구조 점검 등 방침을 거론했다. 재벌개혁의 부진함을 지적하고, 추후 공정위가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을 예시한 듯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기업의 전략이 시장과 사회의 반응으로부터 지나치게 괴리돼서는 안 된다"며 "국민이 기업 변화를 실감할 수 있도록 좀 더 세밀한 전략을 속도감 있게 진행해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간담회에 동석한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이 "정부의 친(親)노동정책으로 기업들이 다 죽게 생겼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정책에서 재계가 갖는 부담을 대변한 것 같다.



김 위원장이 주요 그룹 전문경영인을 만난 것은 지난 6월에 이어 두 번째다. 4대 그룹 전문경영인이 참석한 첫 간담회 분위기는 부드러웠다. 그때 김 위원장은 "대규모 기업집단들은 한국경제가 이룩한 놀라운 성공의 증거"라면서 "재벌개혁을 위해 자발적으로 모범사례를 만들어달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최대한의 인내심을 가지고 기업인들의 자발적인 변화를 기다리겠다"는 말도 했다. 그랬던 김 위원장이 상당히 강경한 태도로 바뀐 것은 주요 대기업들의 개혁 노력이 미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듯하다. 참석한 전문경영인들이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을 법한 발언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듯하다.



불합리한 의사결정 체계 등 잘못된 기업 관행을 바로잡자는 데는 재계도 대체로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무조건 많이 고용하고, 임금도 올리고, 근로시간도 줄이고, 직업 안정성도 보장하라고만 하면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재계의 하소연인 것 같다. 관련 학계 일각에서도 기업의 투자환경 개선은 소홀히 하면서 비용 부담만 늘리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기업 연구기관에서는 현 정부의 경제 개혁을 이행하려면 최소 70조 원, 최대 100조 원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정부 개혁에 부응할 만한 여력을 갖추려면 규제 완화 등 투자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인 셈이다.



정부와 재계 사이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것도 문제다. 재계를 대표하던 전경련은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려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고, 노사정위나 최저임금위 등에 사용자 대표로 참석하는 경총도 현 정부 들어서 많이 위축돼 있다. 겨우 상의만 정부에 재개 목소리를 전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의 재벌개혁이 충분한 명분을 가진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소기의 성과를 내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김 위원장이 주요 대기업 전문경영인들을 모아놓고 에둘러 개혁을 압박하듯이 한 것은 부적절했다. 그런 취지의 간담회라면 비공개로 하면서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회사들은 하나같이 한국을 대표해 국제무대를 누비는 글로벌기업이다. 이 기업들의 국제적 신인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