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카탈루냐 불똥' 촉각…송환 요구받는 푸지데몬 운명은

입력 2017-11-06 20:21  

벨기에 '카탈루냐 불똥' 촉각…송환 요구받는 푸지데몬 운명은

벨기에 법원, 일단 조건부 석방…신병 인도 여부 본격 검토 착수

푸지데몬 송환, 한때 분리 위기 넘긴 벨기에 정치권에 영향 조짐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벨기에 법원이 스페인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수반을 비롯해 전직 카탈루냐 자치정부 지도부 5명의 스페인 송환 여부를 결정짓기 위한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감에 따라 벨기에 사법당국의 최종 결정이 주목된다.

앞서 벨기에 법원은 전날 스페인 송환 여부 결정에 대한 심리를 받기 위해 경찰에 자진 출두한 푸지데몬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과 4명의 전직 장관에 대해 체포영장을 즉각 집행하지 않고 벨기에에 머물면서 2주 내에 법정에 언제든 출석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석방했다.


벨기에 법원의 이 같은 결정은 이번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한 것으로, 벨기에의 고민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 몇 년 전 분리 위기 넘긴 벨기에, '카탈루냐 불똥' 튈까 노심초사 = 규정에 따르면 벨기에 법원은 송환요구를 받은 범죄인에 대한 신병을 확보하면 15일 이내에 송환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24시간 이내에 이들을 계속 구금해 둘지, 석방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벨기에 법원이 이들을 계속 구금하지 않고 일단 신체의 자유를 보장한 가운데 송환 여부를 검토하기로 한 것은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는 논란을 피하면서 최대한 신중하게 이번 일을 처리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또 카탈루냐 분리독립 문제에 대해 동병상련의 처지인 벨기에의 네덜란드어권인 플란더스 지방을 의식했을 가능성도 커 보인다.


벨기에 플란더스 지방도 몇 년 전에 프랑스어권인 왈로니아 지방과의 분리독립을 추진하다가 대폭의 자치권을 인정받고 일단 '연방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벨기에 당국은 카탈루냐 사태가 처음 불거진 때부터 행여 '카탈루냐의 불똥'이 벨기에에도 떨어져서 한고비 넘긴 '플란더스 분리독립' 움직임에 도화선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해왔다.

카탈루냐 사태 초기부터 유럽연합(EU) 소속 26개 회원국이 스페인 중앙정부를 편들면서 카탈루냐의 원심력을 막기 위해 부심했던 것과 달리 벨기에 정부가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면서 신중한 태도를 견지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푸지데몬 전 수반 등이 스페인 중앙정부로부터 공직을 박탈당한 뒤 지난달 30일 벨기에로 피신함으로써 벨기에는 자의(自意)와 상관없이 카탈루냐 사태에 관여하게 돼 더욱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이미 푸지데몬 전 수반 등 카탈루냐 전 지도부에 대한 스페인 정부의 송환요구 처리 문제는 벨기에 정치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는 푸지데몬 전 수반이 피신처로 벨기에를 선택하는 데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면서 푸지데몬 전 수반에게도 어떠한 특별대우도 기대하지 말라고 차단막을 치고 나섰다.

하지만 미셸 내각의 일원으로, 플란더스 분리파인 'N-VA당' 출신인 테오 프랑켄 이민부 장관은 푸지데몬 전 수반에게 정치적 망명을 제공할 수 있다며 파열음을 내고 있다.

◇푸지데몬 전 수반의 운명 어떻게 될까 = 푸지데몬 전 수반 등에게 발부된 '유럽 체포영장'은 2004년에 EU 내에서 범죄인 신병인도를 용이하게 하려고 도입된 것이다.

대상은 1년 이상 징역형이 가능한 범죄혐의자나 이미 징역 4개월형 이상이 선고된 범죄자다. 범죄인 인도를 요구받은 EU 회원국은 대상자를 체포해 60일 이내에 해당국에 송환하는 책무를 지게 된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14년까지 발부된 유럽 체포영장 14만 건 가운데 38%의 대상자가 적발·체포된 뒤 이들 가운데 4분의 3 이상이 범죄인 인도를 요청한 나라로 송환된 것으로 집계됐다.


푸지데몬 전 수반의 경우도 지금까지 선례에 비춰보면 스페인으로 송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푸지데몬 전 수반에게 적용된 반역죄 혐의의 경우 징역 30년형까지 가능해 벨기에 사법당국으로서는 송환을 거부할 여지가 거의 없다는 분석이 많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물론 푸지데몬 전 수반 등은 벨기에 법원이 스페인 송환을 결정할 경우 이에 불복해 항소할 길은 열려 있지만 재심을 통해 이를 번복할 가능성은 '극히 예외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항소하더라도 단지 시간끌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벨기에 법원이 스페인의 송환요구를 거부하기 위해선 푸지데몬 전 수반 측이 스페인은 고문 등을 자행해 기본적인 인권이 보장되지 않으며,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푸지데몬 전 수반 등이 스페인으로 송환되지 않고 벨기에 사법당국에서 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스페인 법원이 벨기에에 이를 공식적으로 요구해야 가능하다.

일각에선 푸지데몬 전 수반이 벨기에에 정치적 망명을 요구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하지만 이미 푸지데몬 전 수반은 벨기에로 피신하면서 망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고, 지금까지 EU 내부에서 다른 회원국의 정치적 망명을 허용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설령 망명을 요구하더라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bing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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