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지사 배출 노리는 오성운동에 소폭 앞서…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으쓱'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내년 봄 시행될 예정인 이탈리아 총선의 전초전으로 관심을 모은 시칠리아 지방선거 초반 개표에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지원하는 우파 연합 후보가 제1야당 오성운동 후보를 간발의 차로 따돌리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투표 다음날인 6일 개표가 37% 진행된 가운데, 우파 연합의 넬로 무수메치(62) 전 노동부 차관이 38.9%를 득표, 35.6%의 표를 얻은 오성운동 소속의 잔카를로 칸첼레리(42) 후보에 박빙 우위를 보이고 있다.
중도좌파 성향의 집권 민주당 진영의 파브리치오 미카리(54) 후보는 18.4%의 표를 얻는 데 그쳐 당선권에서 이탈했다.
무수메치 전 차관은 전날 투표 직후 공영방송 RAI를 비롯한 이탈리아 방송사들이 발표한 출구조사에서도 오성운동 후보와의 접전 끝에 박빙 당선이 점쳐진 바 있다.
무수메치의 승리가 최종 확정되면 우파 진영은 5년 만에 시칠리아 주지사 자리를 탈환하게 된다. 동시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에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접전을 벌이고 있는 칸첼레리 후보가 초반 열세를 딛고 뒤집기에 성공할 경우 오성운동은 2009년 창당 이래 최초의 주지사를 배출하며 전국 정당의 기반을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일찌감치 참패를 인정한 민주당에는 당 대표인 마테오 렌치 전 총리의 지도력에 대한 의문이 본격적으로 제기되는 등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시칠리아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는 지난 2월 민주당에서 탈당한 인사들이 꾸린 민주혁신당(MDP) 등 좌파 진영과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며 힘 한번 써보지 못한 채 주지사 자리를 빼앗겼다.
이번 선거는 이르면 내년 3월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의 지지도를 미리 가늠해보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각 정당이 총력전을 펼쳤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 마테오 살비니가 대표를 맡고 있는 극우정당 북부동맹(LN), 조르지아 멜로니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당(FDI)이 손을 잡은 우파 연합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당 대표들이 시칠리아에 총출동해 무수메치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특히, 선거 직전에 펼친 유세에서 메시나 대교 등 시칠리아의 인프라 건설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는 등 표심 공략에 발벗고 나선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이번 선거 국면에서 우파의 구심점으로서의 존재감을 톡톡히 드러내며 주가가 급상승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는 전체 유권자 약 460만 명 가운데 절반도 투표에 참여하지 않아 투표율이 역대 최저인 46.8%에 그쳤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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