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금융 유지 따른 글로벌경제 득실 논쟁 재점화할듯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세계 각국 정상과 정치인, 유명인 등이 대거 연루된 대규모 조세회피처 자료 '파라다이스 페이퍼스'가 공개된 이후 역외금융에 대한 비판론이 거세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천340만건에 달하는 영국령 버뮤다 소재 로펌 '애플비'의 조세회피처 자료가 폭로된 뒤 세계 정계와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은 "세계의 과두정"(international oligarchy)이 어떻게 "자기 몫의 세금"을 피해가는지 보여주는 자료라고 지적했다.
영국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는 사회가 "과세 체계와 나머지 다른 계층을 경멸하는 초 부유층 엘리트들"에 의해 망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조세회피처 유출 사례로 꼽히는 '파나마 페이퍼스' 자료가 폭로됐을 때는 세계 70여개 정부가 탈세수사에 착수했고 나와즈 샤리프 전 파키스탄 총리 등 일부 정치인들의 사임으로 이어졌다.
영국 세무당국은 5일 파나마 페이퍼스 폭로 이후 66건의 형사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며 1억파운드(약 1천464억원)의 세금을 추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신문에 따르면 애플비의 경우 파나마 페이퍼스 자료의 출처인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와 달리 고객과 사업의 종류를 엄격하게 선별해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세법 전문가들도 파라다이스 페이퍼스에 언급된 인물과 기업들은 파나마 페이퍼스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OECD 조세정책행정센터의 파스칼 생타망 소장은 "(공개된 사례) 일부는 적법성의 관점에서 문제의 소지조차 없다"며 파나마 페이퍼스와 달리 대다수 사업이 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이번에 폭로된 조세회피처 자료를 계기로 국제 금융서비스 산업이 글로벌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불붙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역외금융센터가 글로벌 경제에 해롭다는 데 대해서는 대체로 의견 일치를 보인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튼경을 비롯한 세계 경제학자 300여명은 지난해 각국 정상들에게 "조세회피처는 어떤 유용한 경제 목적에도 기여하지 못하며 세계의 부와 복지에 보탬이 되지도 않는다"며 조세회피처 종식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가 간 무역과 투자가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할 때 다양한 국적의 개인이 모여 집합투자를 하는 경우 역외금융이 이중과세를 피할 수 있게 해준다며 조세회피처 종식에 반대하고 있다.
![](https://img.yonhapnews.co.kr/photo/cms/2017/08/19/01/C0A8CAE20000015DF873D1CC00015B6D_P2.jpg)
mong0716@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