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년 선수들, 체력훈련 없이 기술훈련만 치중"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선동열(54)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투수 가뭄에 시달리는 한국 야구의 현실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선 감독은 지난 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2017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 둘째 날 훈련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이날 다른 곳에서 진행된 KBO 시상식을 놓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관심의 초점은 양현종(29·KIA 타이거즈)이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동시에 수상하는 역사를 쓰느냐였다.
결과적으로 양현종이 첫 통합 MVP의 영광을 누렸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정규시즌 MVP와 한국시리즈 MVP는 이름이 달랐다.
'국보급 투수'로 불린 선 감독도 정규시즌 MVP를 3번 받았지만, 한국시리즈 MVP의 꿈은 한 번도 이루지 못했다.
선 감독은 "내가 현역으로 뛸 때만 해도 정규시즌 MVP와 한국시리즈 MVP는 나눠서 줘야 한다는 정서가 강했다"며 "최동원 선배도 한국시리즈 7경기 가운데 5경기에 등판해 4승을 올리고도 한국시리즈 MVP는 못 타지 않았느냐"고 했다.
선 감독의 한국시리즈 통산 평균자책점은 1.74였다. 문제는 그가 정규시즌 통산 평균자책점 1.20이라는 불멸의 기록을 남긴 투수였다는 것이다.
선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9회까지 2∼3점만 줘도 선동열이 무너졌다, 부진하다는 말이 나오던 때였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때의 기억이 이제는 추억이 될 정도로 한국 야구는 극심한 투수난에 시달리고 있다. 류현진(30·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이후 대형 투수는 나오지 않고 있다.
선 감독은 초라한 한국 야구의 현실에 대해 기초공사 없이 집을 지은 결과라고 비유했다.
그는 "2년 반 동안 현장을 떠나 바깥에서 아마추어 경기를 많이 봤는데, 요즘 유소년 선수들은 체력을 닦지 않은 상태에서 기술적인 부분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투수는 러닝을 많이 해서 하체를 단단하게 만들어야 부상 없이 오래 던질 수 있다. 우리 때는 러닝이 싫어지면 은퇴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는데, 이제는 러닝을 열심히 하는 선수를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선 감독은 "기본 체력이 탄탄해야 성장 속도가 빨라진다. 그런데 이제는 힘든 훈련을 안 시키려고 하고, 선수들도 찾아서 하지 않는다. 좋은 투수들이 나오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지 않나 싶다"고 강조했다.
하체 강화를 기초공사에 비유한 선 감독은 그래서인지 대표팀 첫날 훈련부터 투수조에게 러닝 훈련을 혹독하게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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