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카타르의 단교사태를 빗대 싱가포르와 같은 소국(小國)은 소국답게 행동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키쇼어 마부바니(69) 싱가포르국립대학교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 학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7일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마부바니 학장은 전날 대학원 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올 연말 학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그는 지난해 심장 수술 이후의 건강상태 등을 거론하면서 향후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독서와 저작활동 등에 시간을 할애하고 싶다고 밝혔다.
유엔주재 싱가포르 대표와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까지 역임한 외교관 출신인 마부바니는 지난 2004년 리콴유 대학원 설립 당시부터 학장직을 맡아왔다.
특히 지난 2005년에는 미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폴리시의 '세계 100대 지성인'에 선정되는 등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지성인으로 손꼽혔다.
그러나 그는 최근 칼럼을 통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지난 7월 일간 '더 스트레이츠타임스'에 실은 '카타르: 소국에서 보내온 큰 교훈' 제하 칼럼에서 "돈방석 위에 앉은 카타르가 중급국가(middle power)처럼 행동하며 국경 밖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를 통해 싱가포르에 주는 교훈은 소국은 언제나 소국답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썼다.
당시 칼럼은 싱가포르의 정치 지도자들과 학자는 물론 후배인 외교관리들의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또 지난 8월에는 그가 학장으로 있는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에 소속된 후앙 징(黃靖·60) 교수가 간첩혐의를 받고 영구 추방되는 일도 있었다.
당시 싱가포르 내무부는 중국계 미국인인 후앙 교수가 "대학원 내의 높은 지위를 이용해 은밀하게 싱가포르에 해가 될 외국의 의제에 힘을 실어줬고, 외국 정보요원과 협력한 정황도 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국립대 대변인은 마부바니 학장의 사의 표명이 문제의 칼럼이나 간첩 의혹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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