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실 좋은 노부부 목숨 뺏은 난방기구 화재…겨울철 안전 위협
작년 10월∼올해 2월 1천273건 발생, 3명 사망·56명 부상
(전국종합=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뚝 떨어진 기온에 찬바람까지 부는 최근 가정마다 사용이 늘어난 난방기구로 인한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일 제주시 일도2동 단독주택에서 불이 나 80대 할아버지와 70대 할머니 부부가 숨졌다.
이들은 갑자기 붙은 불길을 피하려 했으나 순식간에 확산한 연기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이웃 주민들은 "할머니가 몇 년 전 유방암 판정을 받은 뒤부터 할아버지가 정성껏 간호해 와 금실이 좋아 보였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거실에 있던 가스난로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은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켜놓은 난방기구가 불씨가 돼 화재로 번진 것으로 보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 난방기구에서 불이 난 원인이 과열인지, 아니면 기계적 결함 등이 있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한 주택에서도 지난 3일 집을 비운 사이 전기요가 가열돼 불이 나는 등 난방기구 화재가 이어지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한 달에만 전국적으로 77건의 난방기구 화재가 발생, 1명이 다쳤다.
이달 들어서는 제주 노부부 등 2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1일부터 올해 2월까지 전국적으로 전기장판 및 열선 424건, 전기 히터 226건, 가스난로 37건 등 난방 기기로 인해 1천273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3명이 숨지고 56명이 다쳤다.
원인별로는 전기·기계적 요인이 716건, 부주의가 526건, 기타 31건이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는 주택용 소방시설인 소화기와 화재경보기 설치를 장려하고 있다.
요양병원과 전통시장, 다중이용업소 등 중점 관리 대상은 현장 지도와 특별 조사를 병행하고 있다.
도 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전기장판의 경우 오랜 시간 사용으로 인한 과열과 전선 피복이 원인이 되는 누전 등으로 불이 나고 있으며, 온도조절기 고장으로 인한 과전압 화재도 빈빈히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꺼낸 전기장판은 먼지를 제거하는 등 손질하고 온도조절기 손상 등 파손된 곳은 없는지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사용하지 않을 때는 플러그를 뽑고 이불 등이 덮인 채로 전기장판 등을 장시간 두지 말아야 한다.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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