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로의 회화 '콩 수확'…9억원 주고 산 미국인 "항소하겠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나치에 부역한 프랑스 괴뢰정부가 강탈한 카미유 피사로(1830∼1903)의 회화 작품을 원래 주인인 유대인 사업가의 후손들에게 반환하라는 프랑스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파리지방법원은 7일(현지시간)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부역한 비시정권이 몰수해 팔아넘긴 피사로의 회화 '콩 수확'(La cueillette des pois)을 원 소유주인 유대계 프랑스인 사업가의 후손에게 반환하라고 결정했다.
이 그림은 세잔과 고갱이 스승으로 흠모하던 인상주의의 거장인 피사로가 1887년 그린 작품으로 원래는 프랑스에서 구두 관련 사업을 하던 미술 애호가 시몬 바우어(1947년 작고)의 소장품이었다.
그러나 2차대전 당시 프랑스를 점령한 나치에 의해 비시정권이 세워진 뒤 유대인 말살 정책이 시행되면서 유대계인 바우어는 이 작품을 비롯한 여러 소장품을 정부에 몰수당했다.
비시정권은 이렇게 유대인들에게 빼앗은 미술품들을 중개인을 통해 미술 시장에 내다 팔아버렸고, 여러 경로를 전전하던 이 그림은 1995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매물로 나왔다. 브루스 톨이라는 미국인이 당시 거금 80만 달러(9억원 상당)를 주고 이 그림을 사들였다.
바우어의 후손인 장자크 바우어는 우연히 올해 초 이 그림이 파리 마르모탕 미술관의 피사로 회고전에 나온 것을 발견하고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현 소유자가 그림을 사들일 당시에 악의는 없었으나 과거 나치와 비시정권이 강탈한 모든 물품의 소유권은 무효"라고 판시했다.
그림을 사들인 브루스 톨 측은 "비시정권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수 없다"면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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