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등 충북 6곳 공무원 보수 인상률 3.5% 적용
청주·제천·단양·괴산은 올해 수준 동결 '대조'
(청주=연합뉴스) 박병기·심규석·김형우 기자 = 물난리 속 해외 연수, 국민을 레밍(쥐의 일종) 빗대 한 발언, 뇌물 챙기고 특정 업체 공사 몰아주다 영어(囹圄)의 몸 전락, 음주 운전까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풀뿌리 민주주의의 한 축을 이루는 충북 지방의회에서 올해 들어 벌어진 일탈행위다.
지방의회가 집행부의 독선을 견제하고 주권자인 도민을 대변하기는커녕 되레 부끄러운 민낯만 드러낸 것이다.
지방의원들의 일탈행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충북 도내 지방의회 상당수가 매달 의원에게 지급하는 월정수당을 내년에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최대 폭으로 올리려고 한다. 올해 공무원 보수 인상률(3.5%)만큼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법에는 '월정수당은 의정비 심의위원회가 지방의회 선거가 있는 해에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능력 등을 고려해 결정한 금액 이내에서 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의회가 구성되는 해에 의정비 심의위원회를 열어 의정비 인상률을 결정한 뒤 4년간 이 범위에서 월정수당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2014년 도내 11개 시·군 중 청주시 등 9곳이 4년간 월정수당 인상률을 공무원 보수 인상률 만큼 올리기로 했다.
당시 제천시와 괴산군는 4년간 월정수당을 동결하기로 했다. 제천시의회는 2009년 이후 의정비를 올리지 않고 있다.
내년에 월정수당 3.5% 인상을 추진하는 도내 지방의회는 진천·증평·음성·보은·영동·옥천 등 6곳이다.
이 인상률이 적용되면 보은군 의원의 월정수당은 152만7천90원에서 158만540원으로, 옥천군 의원은 161만9천원에서 167만5천원으로 각각 오른다.
올해 158만1천원의 월정수당을 받는 영동군 의원은 내년에 매달 163만6천원을 손에 쥘 수 있다.
증평은 163만300원에서 168만7천300원으로, 음성은 174만2천420원에서 180만3천400원으로, 진천은 173만9천600원에서 180만480원으로 인상된다.
충주시의회도 월정수당을 올해 183만5천원에서 내년에 186만6천원으로 1.69% 올리기로 했다.
도내 기초의회 가운데 가장 많은 의정비를 받는 청주시의회는 내년에 월정수당을 동결하기로 했다.
청주시 의원들은 매월 의정 활동비로 110만원, 월정수당으로 244만1천원을 받는다.
1인당 연간 의정비는 4천249만2천원이다. 청주시의회도 그동안 매년 공무원 보수 인상률만큼 월정수당을 올려 왔다.
하지만 내년에는 인상하지 않고 올해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청주시 의정비심의위원회가 정한 시의원들의 연간 의정비 상한액이 4천250만원이기 때문이다.
8천원을 더 올릴 수 있지만 월정수당 인상에 따른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충북도의회는 2014년 전국 최고 수준인 13.6%를 한꺼번에 올렸다.
현재 도의원의 의정 활동비는 월 150만원, 월정수당은 300만원이다.
지난해 월정수당을 1.77% 올린 단양군의회는 내년에 의정비를 동결할 예정이다.
상당수 지방의회가 말을 맞춘 듯 내년도 월정수당을 3.5% 인상하려는 것에 대한 시민단체와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지역 주민의 기대에도 못 미치고, 객관적 통계로 보더라도 의원들의 활동력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인데 본인들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 의정비를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 사무처장은 "의정비가 현실화돼야 하지만 그에 앞서 겸직금지 등을 통해 의정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정착돼야 한다"며 "지방자치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K(54)씨도 "올해에도 각종 비리와 구설에 오르는 등 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지방의원들이 잿밥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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