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92세의 나이로 정계에 복귀한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인종 비하 발언으로 국내외에서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8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하티르 전 총리는 지난달 14일 쿠알라룸푸르 시내에서 진행된 반부패 시위 현장에서 나집 라작 현 총리를 "부기족(Bugis) 해적의 후예"로 지칭했다.
나집 총리가 국영투자기업 1MDB를 통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나랏돈을 국외로 빼돌렸다는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지만, 이 발언은 예상치 못한 역풍을 불렀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 흩어져 사는 700만명이 넘는 부기족을 몽땅 해적과 도둑, 범죄자로 몰았다는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부기족 혈통으로 알려진 말레이시아 슬랑오르 주의 통치자 술탄 샤라푸딘 이드리스 샤는 이에 격분해 이달 초 마하티르 전 총리를 선동죄로 처벌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7일에는 인도네시아의 유수프 칼라 부통령마저 마하티르 전 총리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칼라 부통령은 "부기족 혈통으로서 나 역시 그의 발언에 충격을 받았고 이의를 제기한다. 마하티르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부기족 모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번 논란이 양국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발언이 평소 '부기족 전사'를 자칭해 온 나집 총리를 겨냥한 것일 뿐 다른 부기족까지 범죄자로 몰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한때 집권 여당연합 국민전선(BN)을 이끄는 나집 라작 현 총리의 후견인이었지만 이른바 1MDB 스캔들이 불거지자 야권에 합류해 나집 총리의 퇴진 운동을 벌여왔다.
그는 최근에는 야권연합 희망연대(PH) 의장으로 선출됐으며, 야권의 유력한 총리 후보로 거론된다.
현지 수사당국은 이전에도 나집 총리에 대한 비판 발언과 관련해 마하티르 전 총리를 수차례 선동과 명예훼손 등 혐의로 조사했지만, 정식으로 기소하지는 않고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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