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전사' 홍명보·박지성 앞세워 위기돌파 나선 축구협회

입력 2017-11-08 13:20  

'4강 전사' 홍명보·박지성 앞세워 위기돌파 나선 축구협회

인적 쇄신 약속 후 영입…행정력 검증 안된 '스타 마케팅'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축구 국가대표팀의 부진한 경기력과 이에 맞물린 '히딩크 논란', 내부 비리까지 안팎의 위기에 직면한 대한축구협회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꺼내 든 카드는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홍명보와 박지성이었다.

축구협회는 8일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을 신임 전무이사에, 박지성을 유스전략본부장에 임명하는 등의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지난달 19일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서 사과와 함께 인적 쇄신을 약속하고, 곧이어 이달 초 김호곤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이 사퇴한 후 나온 조치다.

거센 비난 여론에 인적 쇄신을 공언하긴 했지만 축구협회가 꺼내 들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았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판 여론을 피해갈 신선한 인물을 찾기는 쉽지 않고, 그 신선한 인물이 위기의 축구협회에 승선하길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고심 끝에 축구협회가 기댄 것은 한국 축구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이었다.






홍명보와 박지성은 당시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이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의 지휘 아래 사상 처음으로 4강에 오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세대교체'라는 명분에 걸맞게 30∼40대 젊은 인물이면서, 대다수 축구팬이 좋은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2002년 월드컵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특히 '영원한 캡틴' 박지성은 국내 축구팬들의 가장 폭넓은 지지를 받는 선수라는 점에서 이미지 쇄신에 적임자로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축구 행정가를 꿈꾸는 박지성으로서도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가 달린 유소년 축구 발전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유스전략본부장 자리가 의미 있는 자리다.

홍명보 전 감독의 경우 2014년 7월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부진한 성적 이후 온갖 비난 속에 사퇴한 지 3년여 만에 다시 축구협회와 인연을 맺게 됐다.

선수로서 네 차례, 감독으로서 한 차례 월드컵을 경험한 홍 전 감독의 경험과 노하우는 내년 러시아 월드컵을 당면 과제로 둔 축구협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홍 전 감독 자신에게는 명예회복의 기회다.

하지만 축구협회가 '스타'를 앞세워 위기 국면을 돌파하려 한다는 비판 또한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협회를 겨냥한 비판이 단순히 축구 팬들이 2002년 향수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탓이라는 현실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홍명보 전무와 박지성 본부장의 행정 경험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도 일각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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