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 팔수록 훼손 정황 속속 발견…5·18 암매장지 굴착 흔적들

입력 2017-11-08 15:18  

파면 팔수록 훼손 정황 속속 발견…5·18 암매장지 굴착 흔적들

추정지 1m 깊이서 나온 '미원'·빵 포장지…굴착 최소 1차례 이상 의문 증폭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검은색 흙이다. 검은색"

8일 옛 광주교도소 북쪽 담장 주변 5·18 행방불명자 암매장 추정지 철망 너머로 발굴 작업을 지켜보던 기자들 사이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전체 117m 길이인 발굴 지역에서 가장 유력한 암매장지로 손꼽히는 구간에 투입된 작업자가 지표면 아래 1m까지 내려가 호미 날로 땅을 긁어내자 선명한 황토색 기반토(基盤土) 아래로 혼탁하고 어두운 흙이 드러났다.

기반토의 경우 흙을 파낸 적이 없는 땅이라면 황토색을 띠지만, 땅을 파내고 다시 흙을 메운 자리는 검정에 가까운 흐린 색을 보인다.

작업자가 도달한 1m 깊이는 재단이 추정하는 암매장 반경인 땅속 1.0∼1.5m 공간의 시작점이다.

호미질이 이어지자 혼탁한 흙 속에 감춰져 있던 사각형 물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작업자가 장갑 낀 손으로 조심스레 흙을 벗겨내자 온전한 형태를 간직한 '미원' 봉지가 나왔다.

5·18 당시 사라진 사람들 유류품이라기보다는 교도소에서 배출한 생활 쓰레기라는 추측이 일었다.


중장비를 이용한 터 파기에 이어 지난 6일 문화재 출토 방식으로 전환한 5·18 암매장 추정지 발굴현장에서는 사흘째 각종 배관과 빵·조미료 포장지 등 예상 못 한 물체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과거에도 최소 한 차례 이상 해당 장소에서 땅을 파냈다는 정황을 입증하는 이들 물체가 5·18 행방불명자 소재 확인에 변수가 될지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다만, 암매장 유력 추정지 땅속 1m 지점에서 사전이 인지하지 못한 배관과 교도소 생활 쓰레기 추정 물체가 잇따라 나오면서 발굴 현장에서는 의문이 증폭하고 있다.

5·18재단은 1995년 5월 29일자 서울지방검찰청 '12·12 및 5·18 사건' 조사자료에 담긴 1980년 5월 당시 3공수여단 지휘관 진술기록과 약도를 토대로 옛 교도소 북쪽 담장 주변을 암매장지로 지목했다.

3공수 지휘관은 검찰에서 '교도소 영내에 가매장을 하였고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특별한 표시를 하지 않았다. 야산과 논이 보이는 방면의 담장 3m 지점에 가마니로 2구씩의 시체를 덮어 같은 장소에 연결해 묻었다'고 진술했다.


재단은 이번 발굴에서 유해를 찾지 못한다면 배관 매설과 무관하게 항쟁 종료 직후 암매장 흔적이 훼손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판단은 계엄군 일부가 6월 중순까지 광주에 머물렀고 일부는 항쟁 직후 일반인 또는 보병 복장으로 광주에 돌아왔다는 증언과 관련이 있는데, 이때 암매장 흔적이 훼손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h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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