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노선 '승리' 선언용 핵무력 과시가 파국 부를 수도"

입력 2017-11-08 17:07  

"北, 핵노선 '승리' 선언용 핵무력 과시가 파국 부를 수도"

美전문가 "핵에서 경제 노선으로 이동 준비중인 듯"

"대북 외교는 늘 실패했다는 인식은 절대 잘못된 것"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북한이 핵-경제 병진 노선 가운데 경제로 초점을 이동하기에 앞서 핵 노선의 '승리'를 선언하기 위한 대외적 과시 행위가 한반도 위기의 파국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로버트 칼린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객원 연구원이 주장했다.




칼린 연구원은 7일(현지시간) 북한이 지난 7월 대륙간탄도탄(ICBM) 시험 발사를 2차례 성공한 이래 핵무력 완성의 "종착점"이나 미국과의 "실제적 (힘의) 균형"을 거론하는 등 "핵-경제 병진 노선 가운데 핵 노선에서 승리를 선언하기 위한 기초작업을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김정은이 핵 노선에서 경제 노선으로 초점을 옮길 생각이라고 하더라도, 핵무력의 최종 수준을 외부에 과시하기 위해"한 걸음 더 치명적인 발걸음을 내딛는 게 자칫 낙타의 등을 부러뜨리는 최후의 지푸라기 하나가 될 것"임을 북한이 알고 있느냐가 매우 중요한 의문 사항이라고 칼린 연구원은 경고했다.

이와 관련,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8월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예방전쟁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을 위협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전쟁, 예방전쟁을 말하느냐"고 반문하고 "만약 북한이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가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에서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태평양 상공에서 실제 핵탄두를 폭발시키는 것과 같이 장거리 미사일에 모의 탄두가 아닌 실제 핵탄두를 탑재해 발사 시험을 할 경우 미국의 군사적 대응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칼린 연구원은 "북한은 최근 자신들이 이룬 핵 개발이 난공불락의 수준까지 올라갔기 때문에 미국이 말로는 뭐라고 하든 자신들을 저지할 수단이 없다고 믿고" 있으며, 지금까지 핵 개발을 하는 과정에서 제재 이상의 조치를 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 걸음 더 나아간다고 해서 더 나쁜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북한의 처지를 공중그네를 타는 곡예사에 비유, 그네를 바꿔 탈 때 "완벽한 시점 포착"이 관건인 것처럼 북한도 핵에서 경제로 노선을 바꾸는 과정에서 정확한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되는데 "북한이 그 타이밍을 모르는 게 문제"라고 말하고 "북한이 실기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정책에서 자신의 방식이 지금까지 성공했다고 믿겠지만, "북한 문제에선 그렇지 않다고,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고위 백악관 보좌관들은 지금까지 대북 외교가 늘 실패했다고 믿고 있지만, 이는 "절대적으로 그른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6개월 사이에, 미국과 북한 사이에 충돌 대신 다른 방안을 모색해볼 여러 기회가 있었고, 특히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 몇 달간은 "황금 같은" 기회가 있었으나 미국은 "최대의 압박과 관여"로, 북한은 "국가 핵 무력"의 신속한 개발의 길을 각각 택함으로써 그 기회는 사라졌다.

한반도 문제에선 한쪽이 준비되면 다른 한쪽은 그렇지 못하는 방식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 9개월간 여러 차례 대화의 창이 열렸다 닫혔다 하는 과정에서 그런 기회가 하나씩 소진될 때마다 그다음 기회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칼린 연구원은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말폭탄을 주고받은 후 미국과 북한 간 진행된 미약한 접촉은 "돌진해오는 코끼리를 풀잎 한 줄기로 막으려는 시도"에 불과하다며 "칼집에서 칼을 빼 드는 새벽 동이 터오는 것을, 전쟁의 신들은 직감으로 알 수 있다"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칼린 연구원은 1974년 이래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무부에서 북한 문제를 다루면서 북한 방문만도 30회가 넘는 한반도 전문가이다.

y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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